(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불임 남성은 사정한 정자와 고환에서 직접 채취한 정자의 질이 다를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 임피어리얼 칼리지 런던(ICL)의 비뇨기과 전문의 조너선 램지 박사 연구팀은 불임 남성의 고환에서 직접 채취한 정자가 불임 남성이 사정한 정자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16일 보도했다.
불임 치료의 하나로 정자를 난자에 직접 주입하는 세포질내 정자 직접 주입술(ICSI: Intracytoplasmic Sperm Injection)이 실패로 끝난 불임 남성 63명을 대상으로 사정한 정자와 고환에서 직접 채취한 정자의 DNA 손상 정도를 비교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램지 박사는 밝혔다.
연구팀은 사정한 정자와 고환에서 채취한 정자에서 DNA 단일 가닥과 이중 가닥(single and double DNA strand)의 끊어진 부분이 몇 곳이나 되는지 비교했다.
이와 함께 비교를 위해 생식 기능이 정상인 남성 76명이 사정한 정자의 DNA도 살펴봤다.
우선 사정된 정자의 경우, 정자 DNA의 손상 정도는 불임 남성이 40%, 정상 남성이 15%로 나타났다.
그런데 놀랍게도 불임 남성의 고환에서 직접 채취한 정자의 질은 정상 남성이 사정한 정자의 질과 거의 같았다.
정자의 DNA 손상은 대부분 정자가 고환으로부터 나와 사정되는 과정에서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에 의해 발생한다. 이때 DNA는 단일 가닥이 손상되고 이중 가닥은 절단되지 않는다.
산화 스트레스는 정자가 나쁜 식습관, 흡연,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등의 생활습관에 노출됐을 때 발생한다.
이밖에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 2형 당뇨병도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어쨌든 이 결과는 불임 남성은 사정한 정자 대신 고환에서 직접 채취한 정자를 쓰는 것이 치료 성공률이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결과가 정자의 DNA 손상이 남성 불임이나 불임 치료 실패의 주원인임을 증명하는 것은 아닌 만큼 추가 연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서방에서는 부부의 약 15%가 불임(정상적인 성생활을 1년 계속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으로 나타나고 있다.
원인은 3분의 1이 여성 불임, 3분의 1은 남성 불임, 나머지 3분의 1은 원인불명이다.
이 연구결과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 비뇨기학회(European Association of Urology) 34차 총회에서 발표됐다.
s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