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팀, 3~4m 대형 악어 귀에 이어폰 장치 설치해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악어가 새와 같은 방식으로 청각 신경 지도를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억4천600만년 전에 살던 공통의 조상인 '조룡(祖龍·지배파충류)'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적 특질인 것으로 지적됐다.
19일 미국 메릴랜드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생물학 석좌교수 캐서린 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악어의 청각 신경 지도를 연구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저널(Journal of Neuroscience)' 최신호에 실었다.
동물들은 소리가 두 귀에 닿는 미세한 시간 차이를 분석해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낸다고 한다. 이런 신호를 뇌에서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동물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새는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내는 신경 지도를 만드는 데 있어 탁월하며, 포유류와는 다른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 박사 연구팀은 두개골의 크기와 모양만으로 청각 신호 처리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진화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우선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파충류인 몸길이 3~4m의 '미국악어(American Alligator)' 40마리의 귀에 이어폰 장치를 설치했다. 이 장치를 통해 실험대상 악어에게 소리를 전달하고 뇌간(腦幹)의 핵판(核板)으로 불리는 음향신호 처리 부위의 반응을 측정했다.
그 결과 미국악어는 이전 연구에서 원숭이 올빼미와 닭에서 측정된 것과 매우 유사한 신경 지도를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신경 지도는 포유류 뇌의 유사 부위에서는 기록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새와 악어의 두개골 크기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있다면서 새와 악어가 매우 유사한 청각 신경 지도를 만드는 것은 두개골의 크기나 모양보다는 2억여년 전 공통의 조상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동물 진화도에서 조룡은 악어와 공룡 계보로 나뉜다. 악어는 현재까지 종을 이어오고 공룡은 약 6천600만년 전 대멸종을 겪으며 대부분 사라졌지만 일부가 살아남아 새로 진화한 것으로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카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는 공룡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지만 이번처럼 진화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공통적 특성을 규명하는 비교연구를 통해 공룡의 생태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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