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동남아 여성 두 명 가운데 한 명만 풀어준 말레이 검찰의 조처가 논란을 빚자 현지 변호사단체 회장이 "이유를 밝혀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18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압둘 파리드 압둘 가푸르 말레이시아변호사협회 신임회장은 16일 총회에서 선출된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토미 토머스 검찰총장이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소 여부는 검찰총장의 재량 사항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7)의 석방은 (재판부가 피고인들에게) 자기 변론을 지시한 뒤에 이뤄졌다"면서, 이는 매우 이례적인 조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동일한 혐의로 기소된 두 명 중 한 명에 대해서만 공소를 취소한 사례도 극히 드물다고 지적하면서 "검찰총장이 답변한다면 매우 감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압둘 신임회장은 "이 사건은 국제적 관심을 받고 있으며, 왜 한 명만 공소를 취소하고 다른 한 명에 대해선 공소를 유지하는지와 관련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고인의 가족도 한 명만 풀려난 이유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11일 시티에 대한 공소를 돌연 취소했고, 샤알람 고등법원은 별도의 무죄 선고 없이 시티를 전격 석방했다.
검찰은 최근까지도 시티 등이 '훈련된 암살자'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재판부도 김정남 암살 혐의로 기소된 두 여성과 북한인 용의자들 간에 김정남을 "조직적으로" 살해하기 위한 "잘 짜인 음모"가 있던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면서 작년 8월 자기 변론을 지시했기에 이런 조처는 매우 갑작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 졌다.
그러나, 말레이 검찰은 14일 시티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31)에 대해선 공소를 취소하지 않고 재판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과 재판부는 이처럼 다른 결정이 나온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현지에선 시티를 석방한 뒤 법치 원칙과 사법부의 권위가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자 당국이 흐엉의 석방 시점을 뒤로 미뤘을 것이라는 등의 추측이 제기된다.
흐엉과 시티는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두 사람은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됐다며 무죄를 주장해 왔다. 이들에게 VX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했다는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성공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란 이름의 자국민이 단순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북한인 용의자들은 그가 숨진 시점에 우연히 같은 공항에 있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흐엉은 내달 1일 샤알람 고등법원에 출석해 처음으로 직접 증언대에 설 예정이다.
김정남 살해 인니 여성 "가족 재회해 행복"…석방 후 고국 귀환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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