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소설 '순이삼촌' 현기영씨

입력 2019-03-18 14:54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소설 '순이삼촌' 현기영씨
베트남전쟁 피해여성 평화운동가 2명 특별상 수상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4·3평화상 세 번째 수상자로 제주4·3 진상규명 운동을 주도한 소설가 현기영(78)씨가 선정됐다.

또 베트남 여성 평화운동가 응우옌 티탄(62·베트남 하미마을)과, 같은 이름의 베트남 여성 평화운동가 응우옌 티탄(59·베트남 퐁니-퐁넛마을) 등 2명이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평화상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는 제3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소설 '순이삼춘'을 쓴 현기영씨를 선정하고 응우옌 티탄 등 베트남 평화운동가 2명에게 특별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제주 출신인 현씨는 1978년 '창작과 비평'에 4·3 당시 북촌리 학살을 다룬 '순이삼촌'을 발표하면서 4·3의 비극을 세상에 알렸다.
소설 순이삼촌은 국가폭력의 실상을 폭로하고 진상규명의 필요성과 치유 및 추모의 당위성을 널리 확산하도록 디딤돌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설 순이삼촌의 발표를 계기로 대학가와 지식인들이 4·3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고 문화계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현씨는 4·3을 다룬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1979년 군 정보기관에 연행돼 심한 고초를 겪었고 소설 순이삼촌은 14년간 금서가 됐다.
현씨는 또 4·3 소재의 장편소설이며 자전적 성장소설인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1999년에 발표했다.
현씨는 제주4·3연구소 초대소장, 제주사회문제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4·3 진상규명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베트남 하미마을의 응우옌 티탄은 1968년 1월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해 가족과 마을주민 135명이 희생된 학살 사건의 생존자다.
당시 11살이던 자신도 수류탄에 왼쪽 귀의 청력을 잃고 왼쪽 다리와 허리에 수류탄 파편이 박히는 상처를 입었다.
또 베트남 퐁니-퐁넛마을 응우옌 티탄은 1968년 2월 베트남전 당시 가족과 마을주민 74명이 전쟁의 포화 속에 희생되는 아픔을 겪었다. 응우옌 티탄 자신도 왼쪽 옆구리에 총상을 입었다.
이들 두 여성은 전쟁 이후 전쟁의 고통과 상처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평화 운동을 펼쳐왔다. 지난해 4월 제주를 방문해 4·3 피해 여성 생존자들과 함께 증언의 자리에 서기도 했다.
제주4·3평화상위원회는 "이들 두 베트남인은 자국의 전쟁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며 "또 위원회가 특별상 수여로 한국 국민이 베트남의 아픔을 이해하고 사과하는 뜻을 담았고 베트남 전쟁 피해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내달 1일 오후 제주 KAL호텔에서 제3회 제주4·3평화상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시상식에 앞서 수상자들의 합동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제주4·3평화재단은 4·3평화상 수상자에게 상패와 상금 5만불(한화 5천600만원), 특별상 수상자에게 상패와 상금 1만불(한화 1천100만원)을 수여할 예정이다.
제주4·3평화재단은 2014년 4·3희생자 추념일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인권 신장에 앞장선 인물을 선정해 평화상을 수여하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은 2015년 4·3평화상 첫 수상자로 재일교포 소설가 김석범씨를 선정했다.
김씨는 1957년 4·3 소설 '까마귀의 죽음'을 발표한 데 이어 1976년부터 20여년간 일본 문예춘추사 '문학계'에 대하소설 화산도를 연재해 4·3의 진실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렸다.
제주4·3평화재단은 2017년 제2회 수상자로 학술저서 '한국전쟁의 기원'을 통해 제주4·3의 배경과 원인을 분석한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학교 석좌교수를 선정했다.
ko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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