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검찰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수사한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서실장 비리 의혹 사건 관련자 3명에 대해 '증거가 없다'며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증거 부족을 사유로 한 무혐의 처분과 무죄를 동일시할 순 없지만, 경찰은 최소한 '부실수사'라는 비판 만큼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해당 사건은 울산경찰청이 지난해 3월 16일 울산시청 사무실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을 때부터 큰 논란을 일으켰다. 압수수색 당일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이 시장 후보로 당의 공천장을 받은 날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은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 등이 울산시 북구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특정 업체의 레미콘을 쓰도록 강요한 혐의가 있다며 수사를 진행했다. 비서실장 등은 '시 조례에 따라 지역산 자재를 사용하도록 권장한 정당한 업무였다'며 특정 업체 밀어주기라는 혐의를 부인했다. 한국당이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편파적 수사"라며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경찰 수사는 그대로 이어졌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검찰에서 반려되자 그해 5월 이들의 사건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했다.
근 1년 만에 나온 검찰의 무혐의 판단은 수사권 조정 문제로 검찰과 신경전을 벌이는 경찰에 '버닝썬' 사건에 이어 또 하나의 악재다. 당장 편파 수사나 수사권 남용이란 야당의 공격에 대응 논리가 마땅찮다. 지난해 울산시장 후보로 지방선거를 준비 중이던 김기현 당시 시장의 지지율은 압수수색 한 달 전인 작년 2월 UBC울산방송-한국갤럽 조사에서 37.2%를 기록해 송철호 후보(21.6%)를 앞섰지만, 두 달 후 다른 언론사 조사에선 29.1%로 뚝 떨어졌다고 한다. 결국 6·13 선거에서 김 전 시장은 40.1%를 득표해 52.9%를 얻은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후보에게 시장직을 내줬다.
검찰이 정치적 파장이 만만찮은 사건에 대해 무혐의 판단을 내린 것도 평가하고 싶은 대목이다. 일선 경찰서가 아닌 지방경찰청이 직접 수사한 사건에 검찰이 무혐의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경찰이 수사를 잘못했다면 검찰이 바로잡는 것이 현재의 검·경 수사권 분리 원칙에 부합하는 일이다. 여기에 검찰이 이른바 2017년 시작된 '고래고기 환부사건'과 관련해 울산지검 소속 검사 조사 문제로 황 청장과 신경전을 벌였던 구원(舊怨)은 작용하지 않은 것으로 믿고 싶다.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오이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 관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이 어떠한 행위에서 비롯되는지 비유적으로 잘 표현해준다. 수사는 공명정대해야 한다. 그래야 오해를 사는 일 없이 수사 과정과 그 결과에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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