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강간 의혹' 김학의 사건,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번지나

입력 2019-03-19 06:00   수정 2019-03-19 17:19

'특수강간 의혹' 김학의 사건,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번지나
檢 진상조사단 "의혹 연루자 수십명 들여다봐…조사 반드시 필요"
각계 고위인사들로 조사 확대 전망…윤중천 재조사 '핵심 열쇠' 부상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검찰과거사위원회가 활동기간을 두 달 연장하는 방안을 법무부에 건의한 가운데 조사대상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특수강간 의혹' 사건이 사회 각계 고위인사들이 연루된 대형 비리사건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개인적 인연을 기반으로 한 단순 성추문 사건이 정계와 재계, 의료계는 물론 전·현직 군장성 등 사회 고위층이 개입된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커지는 모양새다.
19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을 다시 조사 중인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은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혐의와 함께 윤씨로부터 각종 향응을 받은 사회 고위인사 수십명의 혐의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상조사단 한 관계자는 "진상조사단은 김학의 전 차관 사건 등에 대한 충실한 조사를 위해 조사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라며 "철저한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수십명의 또 다른 김학의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과거사위 '김학의·장자연 사건' 재조사 2개월 추가 연장 / 연합뉴스 (Yonhapnews)
진상조사단은 이른바 '윤중천 성접대 리스트'에 등장하는 정부 고위간부와 유력 정치인, 기업 대표, 유명 병원장, 대학교수 등이 부당한 청탁과 함께 성상납 등 향응을 수수했는지를 확인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전·현직 군장성들이 윤씨의 별장을 드나들었다는 국군 기무사령부의 첩보문건에 대한 확인 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3년 검찰과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이들의 혐의를 증명한 각종 증거가 고의로 누락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당시 수사에 관여한 검·경 인사들에까지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당시 초동수사에 나선 경찰이 확보한 상당수 증거가 이미 폐기된 상태라 향후 조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12일 누락된 디지털 증거 3만여개를 제출해달라는 진상조사단 요구에 "당시 범죄와 관련된 증거는 (검찰에) 다 보냈고, 범죄와 관련성 없는 증거는 다 폐기했다"며 거부한 바 있다.
또 '진상조사단의 조사가 불필요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불만이 검찰 내 일부에서 나오는 점도 향후 조사과정에 난항을 예상케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검사는 이번 진상조사단의 조사과정에 억울함을 표한 것으로 안다"며 "경찰이 제출한 증거 등을 통해 충분히 사건을 검토했음에도 범죄행위를 증명할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해 무혐의 처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사건의 결정적 '키' 역할을 할 건설업자 윤씨에 대한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2013년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지만 피해 여성을 불법으로 감금해 성폭행하고, 김 전 차관 등 사회 고위인사들에게 강제로 성접대를 하게 했다는 의혹을 원점에서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상조사단은 지난 1월 윤씨를 불러 조사했지만 사건을 규명할 결정적 진술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씨가 비슷한 범행으로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전력을 확인할 필요도 있다. 윤씨는 2012년 알고 지내던 50대 여성과 차에서 성관계를 갖는 동영상을 촬영한 후 이를 이용해 피해자의 주변 인물을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당시 협박을 받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공소기각으로 무죄를 받았다.
윤씨가 김 전 차관 등 사회 고위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하면서 성관계 장면을 촬영해 이를 파일형태로 가지고 있었던 것도 향후 자신의 사업과 관련한 청탁과정에서 협박수단으로 사용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는 대목이다.

문제는 조사활동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무부가 검찰과거사위의 건의를 받아들여 조사활동 기간을 두 달 연장하더라도 수십명에 달하는 의혹 연루자들을 다 조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 의혹 당사자들이 강제 수사권한이 없는 진상조사단의 조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설 것으로도 전망된다. 김 전 차관은 이미 진상조사단의 소환조사 통보에 한 차례 불응한 바 있다. 강제수사권한이 없는 진상조사단은 피조사자가 소환에 불응해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진상조사단에 김 전 차관 등 의혹 연루자들의 신병을 확보하는 등 강제수사권한을 일부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민간위원들이 포함된 진상조사단에 강제수사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수사기관에 의한 적법한 수사절차'에 어긋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서 진상조사단의 행보가 주목된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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