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까지 예정된 브렉시트 제3 승인투표 제동…英 정부 계획에 차질 불가피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온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에 새로운 암초가 떠올랐다.
정부가 20일(현지시간)까지 브렉시트 합의안 제3 승인투표(meaningful vote)를 열 수도 있다고 밝혔지만, 하원의장이 합의안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으면 투표 개최를 불허하겠다고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은 18일(현지시간) 오후 하원에서 성명을 통해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 제3 승인투표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버커우 하원의장은 "만약 정부가 지난 12일 의회에 내놓은 것과 다르거나, 실질적으로 같지 않은 새로운 합의안을 내놓는다면 (승인투표 개최는) 전적으로 적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주 의회에서 149표 차로 부결된 합의안과 똑같거나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합의안을 또다시 상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버커우 하원의장은 그 근거로 하원이 똑같은 사안에 대해 재투표를 할 수 없도록 한 의회 규약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이 규약이 17세기 이후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영국은 지난해 제정한 EU 탈퇴법에서 의회의 통제권 강화를 위해 비준 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를 거치도록 했다.
첫 번째 승인투표에서 '안전장치'(backstop)에 대한 반발 등으로 합의안은 영국 의정 사상 정부 패배로는 사상 최대인 230표 차로 부결됐다.
'안전장치'는 영국과 EU가 미래관계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는 '하드 보더'(hard border)를 피하고자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테리사 메이 총리는 EU와의 재협상에 나서 지난 11일 '안전장치'와 관련한 '법적 구속력 있는 변화'를 끌어냈다고 밝혔다.
다음날 열린 제2 승인투표에서 '안전장치' 보완책을 포함한 브렉시트 합의안은 그러나 또다시 149표 차로 부결됐다.
메이 총리는 이후 의회가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마저 거부하자 오는 20일을 데드라인으로 정한 뒤 다시 한번 의회에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 여부를 묻겠다고 발표했다.
메이 총리는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는 경우 브렉시트를 짧은 기간, 기술적으로 연기하겠지만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장기간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버커우 하원의장은 '안전장치' 보완책으로 3건의 문서가 새롭게 추가된 만큼 브렉시트 제2 승인투표 개최는 적법한 것이었다고 설명하면서도, 제3 승인투표가 열리기 위해서는 합의안에 실질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의안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EU와의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당장 20일까지 제3 승인투표를 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메이 총리는 오는 21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빈손'으로 참여해야 한다. 메이 총리의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 EU가 브렉시트 연기를 승인할 수도 없다.
영국 정부는 버커우 하원의장이 이런 성명 내용과 관련해 정부에 미리 상의하지 않았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메이 총리 내각과 버커우 하원의장은 그동안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내각은 보수당 의원 출신인 버커우 하원의장이 그동안 토론과정에서 브렉시트에 반대하고 친 노동당 성향을 보여왔다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하원의장 퇴임 후 귀족 지위와 상원의원직을 보장하는 관례에 메이 총리가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09년 하원의장직에 오른 버커우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EU 잔류에 표를 던졌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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