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지적장애인들의 스포츠대축제인 스페셜올림픽에서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스페셜올림픽은 국가별 메달을 집계하지 않고, 출전한 모든 선수를 시상대에 서게 한다.
스포츠를 통해 지적장애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스페셜올림픽의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페셜올림픽에도 경쟁은 존재한다. 선수들은 경기 결과에 따라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경쟁자도 존재한다. 한국 대표팀에선 지적장애 배드민턴 박미선과 김혜정(이상 22)이 손꼽히는 라이벌이다.
지적장애 선수 중에선 최고의 기량을 갖춘 두 선수는 국내 랭킹 1, 2위를 다투는 선의의 경쟁자다. 국내 대회에선 매번 결승전에서 만나 치열한 명승부를 펼친다.
2019 아부다비 스페셜올림픽에서도 두 선수는 가장 높은 곳에서 만났다.
박미선과 김혜정은 1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립전시관(ADNEC)에서 열린 스페셜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디비전1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이날 경기 전까지 김혜정은 2승, 박미선은 1승을 거두고 있었는데 사실상 해당 경기가 메달 색을 가르는 '결승전'과 다름없었다.
경기는 치열했다. 1세트는 김혜정이, 2세트는 박미선이 가져가며 팽팽히 맞섰다.
마지막 3세트도 시소게임으로 펼쳐졌다.
두 선수는 11-11까지 맞서며 '살얼음판 승부'를 계속했다.
두 선수는 점수를 딸 때마다 환호를 지르며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스페셜올림픽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승부는 한순간에 한쪽으로 쏠렸다. 체력 난을 겪은 김혜정의 집중력이 잠시 흔들린 사이, 박미선이 7연속 득점을 올리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혜정은 고개를 숙였고, 박미선은 활짝 웃으며 승리를 예감했다.
최종 스코어는 21-15. 박미선의 승리였다.
치열했던 승부도 잠시, 두 선수는 서로를 안아주며 격려했다.
두 선수는 나란히 코트에 서서 서로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김혜정은 아쉽다는 듯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미선이 미워"라고 말했지만, 감정이 묻어있진 않았다.
박미선은 "혜정아 고마워"라며 활짝 웃었다.
대표팀 김병수 감독은 "두 선수는 서로를 넘기 위해 훈련에 더욱 열중하고 노력한다"라며 "스페셜올림픽에 경쟁과 성적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두 선수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분명히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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