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장 중국으로 옮겨야…실제 판매증대 없이 中영향력만 키워"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제품을 대량 구매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미국 업계가 오히려 난색을 보이며 거절 의사를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
미국 반도체 업체들은 중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를 담게 될 미·중 무역합의에 반도체를 포함하지 말라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요청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높은 미국 내 생산비용 탓에 의무 할당(쿼터)이 생기면 미국 업체들이 중국에 공장을 열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제조와 관련한 중국 정부의 통제력이 커지며 미국 기업들의 중국 정부 의존도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존 뉴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회장은 중국의 반도체 구매가 산업 환경에 대한 중국 정부의 영향력을 키울 우려가 있다면서 "정부의 명령이 아닌 시장이 상업적인 성공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업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지식재산권 보호를 압박하고 자국 업계에 대한 국가 보조금을 줄이도록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미국 반도체업계에 중국의 구매 확대안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해 왔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지난해 봄 미·중 협상에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미국 측에 향후 6년에 걸쳐 2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반도체를 구매하겠다고 제안했다. 현재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반도체의 5배 규모다.
그러나 미국 업계는 대중국 수출을 이 규모로 맞추려면 미국 외에 있는 공장들을 중국으로 옮기는 수밖에 없다며 반대했다.
지난해 미국은 중국에 67억달러 반도체 제품을 수출했지만,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공장에서 제조돼 중국에 판매되는 제품까지 합하면 8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업계는 추산한다.
미국에서 제조된 반도체 칩이 말레이시아로 건너가 테스트와 조립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면 이는 말레이시아 수출로 잡힌다.
조립 공정이 중국으로 옮겨지면 미국 기업들의 실제 판매가 늘어나지 않고도 미국 수출은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더 의존적으로 된다는 문제가 남는다.
이 안은 한동안 배제됐다가 지난달 미·중 협상이 다시 급물살을 타면서 다시 떠올랐다.
미국 반도체업계가 이를 거부하자 중국은 6년간 300억 달러로 규모로 줄여 다시 제안했다.
그러나 SIA가 이달 초 개최한 전화 회의에서 미국 반도체 업체들은 이를 거부했다.
한 반도체 업체의 고위 임원은 반도체 관련 미·중 합의가 효과를 거두려면 전체 중국 반도체 시장의 실제 확장을 끌어내는 것이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속 가능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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