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 "활불의 환생도 법규·종교의궤·역사제도 지켜야"
(자카르타·베이징=연합뉴스) 황철환 김윤구 특파원 = 인도에 망명 중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14세(84)가 자신이 사후 인도에서 환생할 수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내세울 수 있는 후계자는 가짜라고 주장했다.
19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달라이 라마는 전날 로이터 통신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국은 달라이 라마의 환생을 매우 중요한 뭔가로 여긴다. 그들은 나보다 다음 달라이 라마에 대해 더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차 여기 이 자유로운 국가에서 나타난 한 명에 더해 중국에 의해 선택된 한 명까지 두 명의 달라이 라마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중국이 선택한 자는) 아무도 믿지도, 존경하지도 않을 것이고, 이는 중국에 또 다른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모든 생물이 윤회 환생한다고 믿는다. 티베트 불교는 관음보살의 화신으로 간주하는 달라이 라마의 사후 그가 환생한 소년을 찾아 후계자로 삼는 전통을 수백 년간 이어왔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는 작년 자신의 후계자는 티베트인들이 민주적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티베트 망명정부를 적대시하는 중국 정부가 마음대로 후계자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를 지명, 승인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후계자 선임에 개입할 의사를 보여왔다.
달라이 라마는 올해 중 열릴 티베트 불교 회의에서 후계자 선출 방식이 결정될 것이라면서 "만약 다수가 (환생자를 후계자로 삼는) 관습을 유지하길 원한다면 그렇게 될 것"이지만 그런 경우에도 후계자에겐 어떤 정치적 책무도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힘과 권력은 진실에서 나오지만, 중국의 권력은 총에서 나온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총이 더 강력하나 장기적으로는 진실이 더욱 강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의 입장에 반대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환생은 티베트 불교의 고유한 전승 방식으로 정해진 의궤와 제도가 있다"면서 "중국 정부는 종교의 자유 정책을 펴면서 종교사무조례와 티베트 불교 환생 관리 방안을 내놨다"고 말했다.
그는 달라이라마 14세 본인도 종교 의궤 등에 따라 당시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 자리에 올랐다면서 "그러므로 달라이라마를 포함한 활불(活佛)의 환생은 국가의 법규를 준수하고 종교 의궤와 역사 제도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20세기 초 자국에서 독립한 티베트를 1950년 점령했다.
달라이 라마는 1959년 티베트 라싸에서 중국의 무력 통치에 항거하며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중국이 이를 무력으로 진압할 당시 티베트인 수천 명과 함께 인도로 망명했다.
그는 같은 해 인도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운 뒤 60년간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어왔으며 1989년에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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