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일할로 18번·소그래스TPC 18번·오거스타 1번 홀 티샷도 강심장 필수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18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개최지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 17번 홀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파 3홀이다.
해마다 이 17번 홀에서는 울고 웃는 드라마가 펼쳐진다.
선수들이 피칭웨지를 들고 칠만큼 짧은 거리지만 그린이 연못 한가운데 떠 있는 섬 형상이라 조금만 길거나 짧으면 티샷한 볼은 물에 빠진다. 물론 방향이 빗나가도 볼은 연못 행이다.
티샷한 볼이 물에 빠지면 영락없이 2타를 까먹는다. 보기로 막아내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2라운드 때 티샷한 볼과 벌타를 받고 드롭 존에서 친 세 번째 샷이 연거푸 연못에 빠져 한꺼번에 4타를 잃었다.
경기 후반이라 이곳에서 티샷 실수는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가장 압박감을 강하게 느끼는 티샷을 고르라면 상당수 선수는 소그래스 TPC 17번 홀을 꼽는다.
하지만 소그래스TPC 17번 홀 못지않게 선수들을 바짝 긴장시키는 홀은 더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가장 압박감을 느끼며 쳐야 하는 홀과 샷'을 조사했다.
물론 소그래스TPC 17번 홀 티샷을 꼽은 선수와 전문가가 적지 않았지만 퀘일할로 골프클럽의 18번 홀(파4) 티샷이 가장 어렵다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PGA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이 치러지는 퀘일할로 골프클럽 18번 홀은 전장이 494야드에 이르러 강력한 드라이버 티샷이 필수다.
하지만 페어웨이 왼쪽에는 그린까지 이어진 개울이 늘어서 있고 오른쪽은 벙커가 줄지어 배치됐다.
한마디로 길고 정확한 드라이버 샷이 아니면 곤란하다는 얘기다.
그레이엄 딜렛(캐나다)은 "위협적인 홀"이라면서 "절대 티샷을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 눈 딱 감고 드라이버를 힘껏 휘두르는 것 말고는 딴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소그래스TPC 18번 홀(파4) 티샷도 만만치 않다.
소그래스TPC 18번 홀은 물을 건너는 티샷을 때려야 한다. 페어웨이 왼쪽을 끼고 도는 연못은 위압감을 준다.
단순히 물을 건너서도 안 된다. 오른손잡이라면 왼쪽으로 휘어지는 드로샷을 구사해야 페어웨이에 안착한다. 드로 구질이 구사되지 않으면 그린이 보이지 않는 숲으로 볼이 들어간다. 조금만 심하게 왼쪽으로 휘어지면 연못에 빠진다.
그렇다고 안전하게 3번 우드로 티샷하기도 곤란하다. 200야드가 넘는 거리가 남기 때문에 두 번째 샷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17번 홀보다 18번 홀 티샷이 더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완벽한 티샷을 날리면서 사실상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 코스를 설계한 피트 다이는 18번 홀이 선수의 배짱을 시험하는 최종 관문이 되길 원했다고 한다.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1번 홀(파4) 티샷도 선수들에게는 악몽 같다.
마스터스를 4차례나 제패한 우즈도 1번 홀 티샷 때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면 페어웨이 오른쪽엔 벙커에 입을 벌리고 있고 왼쪽은 빼곡하게 숲이 들어차 있어 티샷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난감해진다고 한다.
매킬로이는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라는 사실에서 오는 중압감도 한몫한다"면서 "티샷을 잘못 치면 다음 샷이 정말 어렵기 때문에 바짝 긴장된다"고 설명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11번 홀 두 번째 샷도 선수들에게는 숨 막히는 긴장감을 안긴다.
505야드짜리 파 5홀인 11번 홀에서는 티샷은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그린을 향해 두 번째 샷을 치려면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들도 겁이 난다. 거리 부담이 있어 짧아야 6번 아이언을 잡아야 하고 경우에 따라 3번 아이언을 치기도 한다.
페어웨이 양쪽에 키 큰 나무가 즐비하게 서 있고 그린 오른쪽에 솟은 언덕은 볼을 워터 해저드 쪽으로 굴린다.
2007년 마스터스 우승자 잭 존슨(미국)은 "오른쪽으로 볼을 보내고 싶지 않아도 볼을 왼쪽으로 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15번 홀(파5)에서 투온을 시도하려면 심장이 쫄깃해진다고 선수들은 입을 모은다.
15번 홀은 세 번에 끊어가는 게 더 어렵게 여겨질 때가 많아 선수들은 3번 우드 또는 5번 우드로 그린을 노리곤 한다.
이언 폴터(잉글랜드)는 "그린은 마치 탁구대 2개를 이어붙여 놓은 것처럼 보인다"면서 "바람이 마구 돌기 때문에 볼이 그린에 떨어질 때까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온갖 생각이 다 든다"고 설명했다.
메모리얼 토너먼트가 열리는 뮤어필드 빌리지 12번 홀(파3) 티샷도 까다롭다.
184야드짜리 파 3홀인 12번 홀은 커다란 워터 해저드 건너편에 그린이 있다. 소그래스TPC와 달리 거리가 만만치 않아 바람에 따라서는 롱아이언을 잡아야 하기에 부담이 더 크다.
그린이 땅콩 모양이라 핀 위치에 따라 난도가 확 달라지기도 한다.
매킬로이는 "이곳에서 티샷을 하고 나면 볼이 날아가는 동안 '제발~'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페블비치 링크스 8번 홀(파4) 두 번째 샷도 선수들을 겁에 질리게 한다.
8번 홀은 그린이 유난히 작은 데다 바다를 건너서 쳐야 한다. 게다가 내리막이라 높은 탄도의 샷을 구사하기 쉽지 않다.
폴 에이징거(미국)는 "경치는 정말 좋다. 바람이 거세다면 파도가 바위를 때리는 소리가 귀청을 때린다"면서 "여기서 그린을 넘기면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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