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기자단과 취임 1년 간담회 "도시재생 사업 펀딩 투자 강화"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최근 역전세난 등 임대시장 불안 요인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이재광 주택금융보증공사(HUG) 사장이 시세차익을 위해 집을 사 임대로 내놓는 '갭투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분양가를 더욱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기존 주변시세를 고려하는 분양가 산정 방식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사장은 19일 세종시에서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투자증권과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 등을 거친 금융투자업계 출신으로, 이달 초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이 사장은 "작년 HUG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매매와 전세 시장 리스크 관리를 통합해 관리하고 있다"며 "올해는 갭투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좀 더 꼼꼼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갭투자로 임대를 놓은 집주인이 있을텐데 최근 주택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세 부담이 늘어나고 전셋값은 떨어지는 여러 상황이 겹치면서 집주인들이 다소 급해지는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HUG는 작년 임차인 지원 강화를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상품의 보급을 늘려 전세금 보증 실적이 전년 15조3천억원 대비 2배 급증한 30조5천억원으로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했다고 이 사장은 설명했다.
이 사장은 작년에는 전세금 보증 가입 시 집주인 동의 절차를 폐지하고 취약계층별 보증료 할인제도를 개선하는 등 전세금 보증을 확대하기 위해 많은 제도 개선을 이뤄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세금 보증 상품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유튜브 홍보 동영상을 제작했고, 3분기부터는 스마트폰을 통해 가입이 가능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작년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작년은 비합리적으로 지나치게 많이 상승한 것 같다"며 "이제는 금리도 인상돼 부동산시장에 추가적인 자금이 들어오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분양가 관리를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최근 들어 다소 높은 가격에 분양이 이뤄지는 단지가 나오는 것 같다'는 의견에 대해 "HUG의 분양가 관련 정책 기조는 그대로인데, 주변 시세가 많이 올랐기 때문일 것"이라며 "주변시세 외에 분양가를 책정하는 다른 기준으로 보완할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분양원가 공개 항목 확대가 분양가 안정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봤다.
공공택지 내 아파트 원가 공개 항목을 기존 12개에서 62개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이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다.
그는 "분양원가가 세세히 공개되면 주택에 들어가는 자재가 어떤 것이 얼마에 쓰였는지 등이 공개돼 시장에서 표준화가 이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재를 비싸게 쓰는 경우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사장은 지난해 가장 큰 성과로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을 추진한 것을 들었다.
올해 1월 1일부터 '바젤Ⅲ' 규약이 발효돼 금융기관의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가 매우 깐깐해졌는데, 이를 대비해 은행의 HUG 보증부 대출에 대한 손실보전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이 대출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법이 개정되지 않았다면 5대 시중은행에서 건설 분야에 대출한 40조원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렇게 됐다면 큰 혼란이 있었을 것이라고 이 사장은 돌아봤다.
그는 올해에는 도시재생 뉴딜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그동안 도시재생 뉴딜이 활발하지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경남 통영 르네상스 사업 등 크고 작은 도시재생이 본격화된다"며 "도시재생 예산 5천800억∼6천억원을 전부 집행하고 가능하면 더 받아서 집행할 정도로 도시재생 펀딩과 융자·출자 등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사장은 지난달 4박 6일간 유럽 6개국을 도는 '초스피드' 출장을 다녀왔다.
이 사장은 "유럽 전역의 도시재생을 지원하는 유럽투자은행(EIB)으로부터 도시재생, 스마트시티와 관련한 금융기법을 공유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맺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런던 주택보증협회(NHBC), 스웨덴 말뫼시도 들리면서 도시재생을 공부하고 왔다"며 "올해 도시재생 뉴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말뫼시에서 시 관계자들과 면담하며 굉장히 아픈 질문을 받았다"며 한 일화를 소개했다.
말뫼는 과거 조선업으로 융성했으나 조선업이 쇠퇴하면서 조선소 크레인을 우리나라에 1달러에 매각한 아픔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침체하면서 통영 등지가 예전 말뫼와 같은 처지가 됐다.
현재 말뫼는 도시재생을 통해 대학도시로 활력을 되찾았고, 현재 통영도 말뫼와 같은 회복을 꿈꾸고 있다.
이 사장은 "말뫼시 관계자가 우리나라에 크레인을 팔 때까지 옛이야기를 하다가 말을 딱 끊고 돌연 질문을 했는데, '한국은 조선업이 언젠가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생각과 준비를 했느냐'는 것이었다"며 "부끄럽지만 (준비가) 없었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말뫼시는 그 일 이후 끊임없이 도시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느냐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말뫼는 지금까지도 계속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도시"라며 "우리나라의 도시재생도 그런 틀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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