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관 사칭해 "100만 달러 복권 당첨" 속여…금고에는 초록 색종이만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화학약품 처리 과정을 거치면 실제 화폐로 바뀌는 '그린머니'(green money)를 이용해 국내 피해자를 속이고 거금을 가로챈 외국인이 검거됐다.
20일 서울 방배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 국적의 외국인 A(41) 씨를 사기 혐의로 검거해 지난 14일 구속 송치했다.
A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대기업 건설회사에 재직 중인 한국인 B(39) 씨를 속여 총 3억6천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외교관을 사칭한 A 씨는 지난해 11월 피해자에게 당첨금 100만 달러의 '마이크로소프트·구글 복권'에 당첨됐다는 메일을 보냈다.
A 씨는 거액 외환 반입을 금지하는 외국환거래법을 이유로 당첨금을 '그린머니' 형태로 들여와야 한다며 피해자에게 처리비용을 요구했다.
그린머니는 주로 비자금 등 불법자금 은폐를 위해 범죄조직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정상지폐에 화학약품을 칠해 녹색으로 만든 뒤 다시 약품처리를 거치면 정상지폐로 사용이 가능한 화폐다.
지난해 10월 여행비자로 국내에 입국한 A 씨는 자신이 투숙하는 중구의 한 호텔에서 B 씨를 만나 그린머니 5장이 실제 100달러짜리 지폐로 변하는 것을 시연했다.
이어 당첨금 100만 달러 상당의 그린머니가 들어있다고 B 씨를 속이고 초록 색종이만 들어있는 금고를 전달했다.
A 씨에 속은 B 씨는 계좌로 여섯 차례에 걸쳐 1억 5천만원을 송금했고, 중구, 서초구, 동작구 등지에서 A 씨를 만나 현금을 주는 등 총 3억 6천만원을 전달했다.
사기를 의심한 B 씨 가족은 B 씨에게 경찰에 신고할 것을 조언했고, B 씨는 지난 3일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지난 5일 명동 거리에서 잠복 중 B 씨에게 추가로 돈을 받으러 나온 A 씨를 체포했다.
A 씨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범행 사실 일체를 부인하고, 범행에 사용된 그린머니의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A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결과 A 씨는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으로 고가의 명품 신발을 사거나, 자국으로 중고차를 수출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 씨가 다른 외국인과 함께 공모해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고, 공범을 잡기 위해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kc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