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뉴질랜드 테러범 영상 틀며 호주·뉴질랜드 비판
국내외 반발에도 종교갈등 부각…"주요 선거 때마다 성공적"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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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지방선거를 앞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터키 선거판의 '필승카드'를 다시 빼 들었다. 바로 종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북부 에레일리에서 열린 선거 집회에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갈리폴리 전투'(차나칼레 전투)에 참전한 뉴질랜드와 호주를 거론하며 "그들이 그 먼 데서 터키로 온 유일한 이유는 우리가 무슬림이고 그들이 기독교인이라서다"라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00여 년 전 호주와 뉴질랜드의 1차 대전 파병이 반(反)이슬람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논리를 펼치며 두 나라를 비판했다.
뉴질랜드 정부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하루 만에 다시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범 브렌턴 태런트가 스스로 촬영한 영상 편집본을 틀었다.
하루 전 18일 집회에서 에드로안 대통령은 반무슬림 정서로 터키에 오는 이는 누구든 갈리폴리 전투에 참전한 조상들처럼 '관에 담겨' 귀국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주말 유세에서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태런트의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서방의 '이슬람혐오'(islamophobia)를 맹비난했다.
뉴질랜드와 호주 모두 터키에 '테러를 정치화하지 말라'고 반발하고, 터키 야권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회 분열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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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의 비판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종교를 선거 이슈로 내세우는 것은 지지층을 결집하고 보수·서민층 표심을 자극하는 효과가 선거 때마다 입증됐기 때문이다.
작년 대통령선거와 총선거, 2016년 대통령중심제 개헌 국민투표에서도 종교갈등을 부각하는 전략이 에르도안 대통령과 여당 '정의개발당'(AKP)의 승리에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여당은 선거 쟁점을 터키와 서방, 이슬람과 기독교의 대결 구도 쪽으로 몰아가면서 경제난과 민생고 등 문제의 책임을 모두 외부의 '적'에 돌릴 수 있었다.
터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실정을 감추고 선거에 이기고자 갈등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19일 안탈리아에서 열린 집회에서 "경제가 추락하고 실업률이 치솟는데 (에르도안 정부는) 온갖 상대를 비난하기 바쁘다"고 꼬집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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