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의혹 대부분 사실무근…확인도 안 하고 몰아가" 반발
(자카르타·서울=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김기훈 기자 =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노동인권 단체들이 20일 두 나라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야반도주를 일삼는 악덕 한인기업의 퇴출을 촉구했다.
인도네시아 노동단체인 노동투쟁연대위원회(KSPB)는 이날 오후 자카르타 시내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작년에만 한국 출신 투자자를 둔 공장 5곳 이상이 문을 닫아 6천명 이상이 대규모 해고의 피해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인기업의 일탈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던 서(西)자바 주의 봉제업체 SKB의 임금체불 문제를 언급하며 "인도네시아와 한국 정부는 퇴직금을 지불하지 않고 달아난 한국인 기업가에 대해 즉각 단호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노동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는 한인기업을 상대로 감사를 실시하고, 현지 노동법을 따르지 않은 기업가들은 즉각 구속한 뒤 사업허가를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KSPB는 이날 SKB 외에도 5개 기업을 악덕 한인기업의 사례로 소개했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과 노동·인권 관련 한국 시민단체들이 모여 결성한 기업인권네트워크(KTNC)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도네시아 비정부기구인 스다네노동정보센터(LIPS)와 함께 조사한 현지 한인기업 14곳의 인권침해 사례를 공개했다.
이들은 "한국기업의 해외투자가 시작된 1970년대 이후, 한국기업들은 반인권적인 노무관리 관행을 외국에서도 답습해 국제사회로부터 지속적인 비난을 받아왔다"면서 "한국 정부는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체계를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교민사회와 관련 업계는 양국 노동계가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한인기업 전반을 악덕 기업으로 몰고 있다며 반발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KSPB가 언급한 6개 기업 중 실제로 문제가 되는 사례는 두세개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SKB를 제외하면 단순히 경영난으로 폐업한 경우"라고 말했다.
그는 서(西)자바 주의 공장을 닫고 임금이 싼 중부 자바로 야반도주한 사례로 언급된 모 기업은 실제로는 중부 자바에 두 번째 공장을 열었다가 실패해 파산한 것이고, 다른 한 기업은 일본계인데도 한인기업으로 잘못 소개됐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KTNC가 인권침해 기업으로 꼽은 14개 기업도 3분의 1 이상이 현지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폐업하고 임금과 퇴직금을 전액 지급한 업체들이다. 나머지도 경영난이 문제였던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부터 인도네시아 진출을 본격화한 한국 봉제 업체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채산성이 악화해 왔다.
이에 서자바 주에 밀집해 있던 한인 봉제 업체 일부는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했지만, 그럴 형편이 되지 않는 영세 업체들은 파산한 경우가 많다.
현지 소식통은 "한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는 신고가 이미 7건 이상 접수돼 있다"면서 "인도네시아 노동계에선 한국을 타깃으로 삼아 이슈를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작년 10월 잠적한 SKB의 대표 A씨는 체불된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6억5천만원가량을 마련해 조만간 인도네시아로 송금하기로 했으나, 증여세가 부과되거나 외국환거래법에 저촉될 우려 등으로 인해 처리가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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