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앱으로 살펴보니 부산 주변 상공서 맴돌아
커퓨타임 풀릴 때까지 '시간 보내기'…멀미 호소 사례도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기장들은 새벽에 김해공항에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하려고 애를 씁니다. 도착 순번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죠."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새벽 6시부터 김해공항 인근 상공에는 '착륙 전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날씨나 기류 영향으로 예정시간보다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한 항공기는 순번에서 밀려 부산 앞바다를 빙글빙글 돌게 된다.
이런 잦은 선회비행 탓에 새벽에 김해공항에 도착하는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어지러움을 호소하곤 한다.
◇ 김해공항 주변 상공서 '빙글빙글'
비행기 위치추적 앱(플라이트 레이더24)을 통해 경로를 확인해보면 새벽 6시부터 9시 사이에 도착하는 항공기에서 선회비행(어떤 지점이나 물체의 상공을 빙빙 도는 비행)을 자주 목격 할 수 있다.
아침 시간 김해공항 도착 비행기 항로를 분석해보면 대부분 통영이나 거제도에서 경남 내륙까지 올라간 뒤 다시 가덕도로 내려와 김해공항으로 올라가는 '구불구불' 경로를 택한다.
부산 앞바다에서 몇 차례 뱅글뱅글 돌며 시간을 보내는 비행기도 목격된다.
오후 시간 때는 대부분 일직선 경로로 택하고 선회비행은 찾기 힘들었다.
김해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가 선회비행을 하는 이유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김해공항은 명색이 국제공항이지만 야간 소음 문제로 커퓨타임(Curfew Time·야간 항공기 운항 통제시간)을 두고 있다.
커퓨타임이 풀리는 오전 6시 직전에 도착한 항공기는 선회비행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커퓨타임이 끝난 뒤에도 많은 항공기가 몰려 착륙 순번에 밀린 항공기도 선회비행을 한다.
또 군사공항인 탓에 김해공항은 여객기 착륙이 군 훈련과 겹치게 되면 공중에서 선회비행으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김해공항에서는 간혹 민항기와 군용기 여러 대가 아슬아슬한 거리를 두고 공항을 빙빙 도는 신기한(?)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 왜 아침에 선회비행 집중될까
커퓨 타임과 군 공항문제를 제외하고도 선회비행이 자주 나타나는 이유는 아침 시간 김해공항 주변 항공 교통량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오후 4시 항공 교통량이 가장 많은 인천국제공항과 달리 김해국제공항은 오전에 이착륙이 집중돼 있다.
김해공항은 단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저비용항공(LCC) 비중이 높아 오전에 가장 붐빈다
단거리 노선은 주로 새벽 출발 또는 새벽 도착이 인기가 많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저렴한 LCC 승객의 경우 3박 5일 일정으로 여행을 갔다 오는 관광객이 많다"라며 "이 때문에 김해공항은 비행기 안에서 하루 숙박하는 새벽 도착 비행기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단거리 노선을 운영하는 항공사들은 대부분 오전 출발 새벽 도착 시각 때 항공 스케줄을 배정받기 희망한다.
지난해 김해공항 시간대별 이착륙 수를 살펴보면 오전 7∼8시는 21편, 오전 8∼9시는 22편, 오전 9∼10시는 19편 비행기가 이착륙했다.
평균 시간당 이착륙 횟수는 17편이었다.
최근 운수권이 배분된 부산∼싱가포르 노선을 비롯해 올해도 대부분 신규 노선이 아침 시간 때 취항을 희망하고 있어 아침 시간 김해공항 포화 문제는 더 심각할 예정이다.
잦은 선회비행으로 어지러움 등 불편을 겪는 것은 승객인데 정작 김해공항 선회비행 문제는 통계로 관리되지 않는다.
항공 교통 이용자에게 양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발간하는 항공교통서비스 보고서에서도 공항별 결항과 지연 횟수만 파악될 분 선회비행 횟수가 나와 있지 않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항별 서비스를 평가할 때 지연·결항만 파악할 것이 아니라 선회비행 비율도 파악돼야 해당 공항의 포화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홍콩 여행을 다녀왔다는 A씨(54·부산 해운대구).
그는 "홍콩에서 부산까지 비행시간보다 비행기가 김해공항 상공에 도착해서 공항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이 배 이상 걸렸다"라며 "명색이 국제공항인데 우리는 그러려니 해도 비행기를 함께 타고 온 외국인 관광객 보기가 민망할 정도"라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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