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르면서 서로 같은 세계 문화 이야기

입력 2019-03-21 10:07  

서로 다르면서 서로 같은 세계 문화 이야기
비교문화학자 김세원씨, '문화코드로 읽는 지구' 펴내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다르다. 그러나 같다. 뭐든 좁게 보면 다르지만 넓게 보면 같아진다. 대동소이(大同小異)라고나 할까?
그 차이는 신기하고 재미있다. '너'와 '나'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우리'로서 결국 동일하다. 이처럼 다름을 넘어선 같음이 있기에 공존과 조화의 삶은 더욱 감동적이다. 지구촌 가족인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김세원 씨의 저서 '문화코드로 읽는 지구'는 세계의 문화를 비교한다. 그리고 그 문화가 같은 듯 다른 이유를 밝힌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일하고, 쉰다. 하지만 문화권에 따라 그 양상은 조금씩 또는 크게 다르다. 어느 문화권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고개를 갸웃한다.
저널리스트 출신 비교문화학자인 저자(글로벌 문화브랜딩연구소장)는 이런 차이를 파헤치면서 차이를 넘어 상호 이해하고 타문화의 매력을 받아들여 서로 어울리는 방법을 들려준다. 다른 문화일지라도 이해하고 공감하며 향유한다면 나의 문화, 우리의 문화가 된다. 문화적 매력을 서로 나누는 세계시민으로 살아가는 비결이다.
이 책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문화권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세계화가 가져온 다양한 변화들이 개인과 글로벌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 보고서다. 더불어 다문화 시대에 나침반 역할을 해주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제1부 '서로 다른 지구인'은 전문 학자들이 지구촌 문화 차이를 비교·설명하는 개념적 틀을 사례와 함께 설명해주고, 2부 '생각보다 먼 아랍과 미국'은 대립과 갈등을 겪는 대표적 문화권인 아랍과 미국의 문화적 거리를 보여준다.
이어 3부 '낯선 이의 눈에 비친 한국'에서는 우리는 미처 인식하지 못하지만 외국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한국 문화의 매력을 탐색하며, 4부 '축제, 일상 탈출의 전통'에서는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시간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어떤 방식으로 일상에서 일탈을 감행하는지 각국의 축제와 공휴일로 비교한다.
마지막 5부 '다름을 이해하는 몇 가지 방법'은 미국과 유럽,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세계 지역화 전략이나 지구적 이슈를 끌어들인 마케팅 전략으로 성공한 기업의 세계를 소개한다.



그 같고도 다른 문화적 코드를 몇 가지 살펴보자.
감정 표현 방법이 그중 하나다. 긍정적 감정은 웃음을 통해 표시되고 전달된다. 감정 표현에 적극적인 문화에서는 웃음·미소·비웃음·몸짓 등으로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반면, 감정 표현을 절제하는 문화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경향이 강하다. 예컨대, 미국인은 치아를 드러내고 입으로 웃는 표정을 짓는 것을 '웃는다'고 생각하지만, 일본인은 입을 덜 사용하고 눈으로 웃어야 '웃는다'고 본다.
음식에 대한 인식도 문화권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슬로푸드 문화권인 프랑스에서는 전통 음식의 본래 맛을 차분히 음미하지만, 패스트푸드 문화권인 미국에서는 인위적인 맛을 추가해 짧은 시간에 먹는다. 식사 후 프랑스인은 '맛있다(bon)'고 인사하는 데 비해 미국인은 '배부르다(full)'고 말한다. 식사를 일종의 연료 공급으로 생각하는 미국인과 식사를 즐거움의 매개로 여기는 프랑스인의 문화코드는 이처럼 다르다.
한국의 삼겹살과 즉석 떡볶이를 외국인 학생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저자는 "둘 다 함께 만들어서 먹고 즐기는 요리라는 점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공동체 의식은 막걸리와 한국의 독특한 음주 문화에도 녹아 있다. '음식'보다 중요한 것은 '음식 문화'라는 저자는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어 먹고 마시며 결속을 다지는 우리의 음식 문화야말로 외국인들이 부러워하는 대표적 한국 문화라고 들려준다.
나체 문화도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대자연이 신의 의복이어서 옷을 입지 않을 때 더 건강하고 행복해진다는 자연주의의 창시자 하인리히 푸도르의 말처럼, 자연주의는 단순히 알몸으로 있는 자유를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신분질서 해방, 환경 보전, 요가와 명상 등 건강한 삶을 지향했지만 근래 들어 나체 문화는 급속히 퇴조했다. 물론 이는 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노출증과는 엄연히 다르다.
저자는 "이전 시대의 '국제화'가 국가 간 국경의 개념을 인정하는 용어라면, 현재의 '세계화'는 국경 자체를 뛰어넘어 지구 전체를 하나의 단위로 삼는 개념"이라면서 "서로 다른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오해 없이 소통하려면 언어는 물론이고 서로 다른 문화적 감수성과 문화코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물과사상사 펴냄. 308쪽. 1만5천원.


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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