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확대로 10년전의 2배로 늘어… 전체 설비투자액과 엇비슷
설비투자↓·연구개발비 ↑, 제조업→디지털 분야로 주력산업 변화 영향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세계 각국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있다. 각국 기업이 작년에 배당과 자사주매입에 쓴 돈은 2조3천786억 달러(약 2천679조 원)로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자체 분석결과를 토대로 21일 보도했다.
금융위기의 영향이 나타나기 전인 2008년의 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전세계의 설비투자액에 맞먹는 규모다. 이는 기업의 자금배분방식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완화정책으로 시중 자금이 풍부한 데다 기업이 주주환원을 통해 자금을 자본시장에 배분함으로써 자금과잉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자매 금융정보 서비스인 퀵 팩트세트를 통해 계속 비교가 가능한 세계 100개국 1만5천여개사의 주주환원실적을 집계했다. 세계 경제는 현재 둔화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 유럽 기업의 경영실적은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기업은 늘어난 이익을 주주환원을 늘리는데 쓰고 있다. 작년 주주환원액은 전년 대비 20% 정도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세계의 2017년 국내총생산(GDP)은 약 80조 달러였다. 작년 주주환원액은 세계 GDP의 3%가 조금 못되는 규모로 10년전의 2% 미만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종전 기업의 최대 자금배분처이던 설비투자는 침체상태를 보이고 있다. 2017년 설비투자는 2조2천554억 달러로 직전 최고였던 2014년에 비해 16% 감소했다.
대신 유망 성장분야를 찾기 위한 연구개발투자를 늘리고 있다. 2017년 세계 전체의 연구개발비는 6천700억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 합계를 보더라도 10년전 배 이상 차이가 나던 주주환원액과의 격차가 20% 정도로까지 축소됐다.
기업의 자금배분 변화는 주력산업의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력 경쟁무대가 그동안의 제조업에서 디지털 기술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최대 수익산업이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한 철강 등의 소재나 자동차·전기 등의 가공·조립산업에서 미국의 'GAFA'로 대표되는 거대 IT(정보기술)분야로 바뀌었다. 지식집약형 산업은 대규모 설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설비투자로 돌아가지 않는 기업부문의 자금은 높은 주가를 무기로 인수·합병(M&A) 등에 쓰여 시장의 자금과잉을 부추기게 된다.
주주환원 증가는 다른 유망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한다. 미국 애플사는 작년에 595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순이익 보다 많은 727억 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썼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웰스파고 등 유력 은행들도 작년에 자사주 매입을 많이 늘렸다. 성장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 본래의 역할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기업부문의 자금은 주주환원을 늘리고도 여전히 남아도는 상황이다. 세계의 기업 보유자금은 2017년에 처음으로 5조 달러를 넘어섰다. 돈이 쌓이면 투자가들은 자금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환원을 요구하게 된다.
다카타 하지메(高田創) 미즈호 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성장분야로 흘러가야 할 자금이 주주환원에 치중하다보면 "특정기업에 자금이 집중돼 부의 편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을 통한 빈부격차 확대의 폐해도 무시할 수 없어 미국에서는 일부의 지나친 자사주 매입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가 전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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