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은하 중심서 에너지·물질 배출하는 '은하 굴뚝' 관측

입력 2019-03-21 10:55  

우리 은하 중심서 에너지·물질 배출하는 '은하 굴뚝' 관측
은하 중심과 '페르미 버블' 연결…X-선 관측으로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에서 약 2만8천광년 떨어진 우리 은하의 중심에서 벌어지는 우주 불꽃놀이의 에너지와 물질을 배출해주는 '굴뚝'같은 역할을 하는 구조가 처음으로 관측됐다.
이 은하 굴뚝 구조는 우리 은하 중앙의 초거대질량 블랙홀을 감싸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궁수자리 A*'의 남북 양쪽으로 거의 대칭에 가깝게 X-선을 방출하는 초고온의 플라스마 기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LA)에 따르면 이 대학 천문·천체물리학 교수인 마크 모리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의 XMN-뉴튼과 찬드라 망원경으로 관측한 우리 은하 중심에 대한 750시간 분량의 X-선 자료를 분석해 얻은 이런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밝혔다.
이 굴뚝은 궁수자리 A* 양쪽으로 블랙홀에서 약 160광년 떨어진 곳에서 시작돼 522광년에 걸쳐 형성돼 있다. 궁수자리 A*쪽으로 갈수록 밀도가 높고 뜨거워져 굴뚝 안의 에너지와 물질이 은하 중심에서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런 에너지와 물질의 근원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초거대질량 블랙홀이 주변의 가스와 먼지를 집어삼키면서 일부 물질을 바깥으로 배출하거나, 은하 중심에 있는 성단 내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생겼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궁수자리 A*에서 시작된 굴뚝의 끝은 거대한 '페르미 버블(Fermi bubble)'로 연결돼 있다.
감마선을 방출하는 이 버블은 은하 중앙에서 약 326광년 떨어진 곳에서 시작돼 거대한 모래시계처럼 은하 위아래로 형성돼 있다. 버블은 양쪽으로 각각 2만5천광년에 공처럼 형성돼 있어 은하 자체에 버금갈 정도로 크며 그 안은 고속 입자로 채워져 있다.
과학자들은 우리 은하가 우주에 거대한 버블을 만들고 있다는 점을 2010년에 페르미 버블이 관측되면서 알고 있었으나, 이런 버블이 굴뚝을 통해 은하 중심과 직접 연결돼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밝혀졌다.
폰티 연구원은 과학매체 '라이브 사이언스'와의 회견에서 "우리는 은하 중앙에서 강력한 플라즈마 배출을 분명하게 관측했으며, 이를 굴뚝으로 부르고 있다"면서 "이 굴뚝은 은하 중심의 활동과 페르미 버블을 연결하는 배기파이프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굴뚝에 관한 추가 연구를 통해 페르미 버블의 정확한 기원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리스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은하의 에너지원이 별 생성을 촉발하기도 하고 차단하기도 한다"면서 은하 중심의 에너지가 어떻게 외곽으로 빠져나가는지 이해하는 것은 은하의 별 형성 시스템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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