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大, 노예사진으로 돈벌이" 노예 후손이 배상 소송

입력 2019-03-21 11:17   수정 2019-03-21 14:35

"하버드大, 노예사진으로 돈벌이" 노예 후손이 배상 소송
"노예제도에 가담한 역사 속죄하라"…사진 반환도 요구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 하버드 대학이 19세기 중반에 촬영된 노예 사진들을 통해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이유로 제소를 당했다고 AP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제가 된 사진들은 1850년 이 대학의 저명한 인류학 교수였던 루이스 애거시즈가 사진사에게 의뢰해 촬영한 것으로, 미국 흑인 노예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최초의 사진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한 스튜디오에서 렌티와 그의 딸 델리아로 밝혀진 부녀 노예, 그리고 다른 11명의 노예들을 벌거벗긴 채로 세운 뒤 초기 은판 사진술을 이용해 여러 각도에서 이미지를 포착한 것이다.
이 사진은 오래 전에 사라졌다가 1976년 하버드 대학 부속 피바디 박물관 다락에서 발견됐고 대학이 주최한 학술회의, 대학이 발행한 출판물들을 통해 외부에도 알려지게 됐다.
사진에 등장하는 흑인 노예 렌티의 직계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코네티컷주의 시민 타마라 래니어가 하버드 대학을 상대로 한 소송의 당사자다. .
래니어는 이날 매사추세츠 주법원에 낸 소장에서 대학측이 사진들을 "부당하게 점유"하면서 거듭된 반환 요청을 외면해 왔으며 또한 학술회의, 출판물에 사진들을 사용함으로써 "파렴치하게"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의 즉각 반환과 피해 배상이 원고측이 내건 요구 조건이다.
이에 대해 하버드 대학 대변인은 아직 소장을 받지 못해 논평할 입장이 아니라고만 답했다.


소장에 따르면 애거시즈 교수는 인종 우열을 입증하려는 목적에서 순수한 아프리카 혈통의 흑인 노예를 찾고자 플랜테이션 농장을 순회하는 과정에서 렌티와 델리아를 만났다는 것이다.
애거시즈 교수가 열렬히 지지했던 인류 다기원론은 결국 오류로 취급받고 있지만 하버드 대학 곳곳에는 오늘날에도 그가 남긴 자취를 볼 수 있다.
그는 대학 부속 비교동물학 박물관을 설립했으며 대학 극장은 그를 기리는 뜻으로 애거시즈 하우스로 명명됐다. 자연사 교수였던 부인 엘리자베스는 래드클리프 대학을 설립하고 초대 학장을 지낸 바 있다.
원고인 래니어는 소장에서 애거시즈 교수가 노예들의 동의를 얻지 않은 만큼 합법적으로 사진을 소유한 적이 없으며 하버드 대학에 넘길 권리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녀는 대학측이 흑인 노예 렌티와 그의 딸 델리아를 모욕한 책임, 미국의 노예 제도를 영속화하고 정당화하는 데 가담한 사실을 인정할 것도 아울러 요구했다.
한편 원고측 변호인은 이번 소송이 하버드 대학에 역사의 오점을 제거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며 "노예 제도에 대해 최종적으로 속죄할" 용기를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근년에 들어 드루 파우스트 전 총장을 비롯한 하버드 대학 지도부는 노예 제도를 조장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자세를 취한 바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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