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야, 총선 전초전…예산안·건설사 비호 싸고 철야 격돌

입력 2019-03-21 12:07  

캐나다 여야, 총선 전초전…예산안·건설사 비호 싸고 철야 격돌
야당, 예산안 부수 동의안 257개 제출 …'마라톤 투표' 투쟁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 캐나다 정가가 가을 총선을 앞두고 정부 제출 예산안과 총리실의 건설사 비호 의혹으로 충돌, 여야 간 격렬한 전초전이 벌어지고 있다.
제1야당인 보수당은 20일(현지시간) 정부가 전날 제출한 올 예산안을 257개의 부수 동의안으로 쪼개 역제출하고 일일이 찬반 투표를 벌이는 '마라톤 투표' 전략을 구사, 강력한 대여 투쟁에 나섰다.
보수당이 제출한 동의안은 모두 예산 세부 집행과 직접 관련을 갖는 안건들이어서 부결되는 안건이 나올 경우 예산안의 부결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며, 따라서 사실상 정부 신임 투표의 효력을 갖는 것으로 지적된다.
의원내각제의 캐나다 정치 체제에서 예산안이 부결되면 총리 불신임으로 간주해 의회 해산 및 새 총선을 거쳐야 한다.
하원은 이날 오후부터 안건마다 의원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찬반 의사를 묻는 표결을 실시했고 밤을 꼬박 새우는 철야 회의의 진풍경이 연출됐다.
표결을 모두 마치기 위해서는 오는 22일까지 회의를 계속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예산안이 제출된 후 휴회 기간 의원들은 예산안을 설명하고 반박하는 장외 활동에 나서는 것이 관례이지만 이번 회기 여야는 본회의장 표결 현장을 지키며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하원에서 철야 회의가 이어지는 바람에 본회의장 밖 복도에는 간이침대가 설치되는가 하면 지친 의원들을 위한 야식과 간식이 공급되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야당은 우선 전날 정부가 제출한 올 예산안이 대규모 적자 재정으로 가을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매표(買票)용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실제 정부 예산안은 228억 캐나다달러(약 19조3천억원)의 지출 확대를 통해 노년 충과 젊은 층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담고 있다.
특히 주택 가격 급상승으로 주택난에 시달리는 젊은 충을 노려 최초 주택 구매 때 주택공사의 무이자 대출로 대출 지원을 제공하는 파격적 대책도 담고 있어 지출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또 집권 자유당이 지난 2015년 총선 당시 보수당의 균형 재정론에 맞서 대규모 적자 재정을 정책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올해 2019년까지 재정 균형을 달성할 것이라는 일정을 제시했으나 올 예산은 이를 정면으로 어기고 있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올해만 해도 재정 적자는 149억 캐나다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내년도에도 198억 캐나다달러로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자유당은 재정 확대 예산이 "중산층 지원과 미래를 위한 국민적 투자"라며 야당이 정략적 대여 공세에만 열중한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보수당은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출이 퀘벡 건설사 SNC-라발린의 불법 비리 구제 시도가 드러나면서 궁지에 몰린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국면 전환 및 위기 탈출을 노리는 전략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보수당은 특히 해당 사건을 조사하던 하원 법사위원회가 전날 다수 자유당의 주도로 조사를 종결한 데 대해 극력 반대하며 조사 재개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강경 입장이다.
보수당이 이날 예산안 제출 직후 '마라톤 투표'라는 극한 투쟁 방식을 불사한 것도 정국을 '총리 비리 정국'으로 묶어두고 국민 시선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보수당은 하원 법사위 조사 재개를 통해 트뤼도 총리와 측근들의 집중 압력을 받은 조이 윌슨-레이볼드 전 법무부 장관을 다시 출석시켜 압력의 실상과 장관직 사퇴 경위를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반면 빌 모노 재무장관은 이날 경제계 행사에 참석, 연설을 통해 "정부 예산안은 미래를 향한 낙관주의를 국민에게 부여하는 중요한 투자"라며 "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갖고 더 큰 성장이 우리 경제에 찾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뤼도 총리는 "정부가 중산층 성장을 가져올 역사적 투자를 단행, 캐나다 국민에 중대한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jaey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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