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규, 조재범 폭행피해자에 합의 종용 사실로…중징계 요구

입력 2019-03-21 12:06  

전명규, 조재범 폭행피해자에 합의 종용 사실로…중징계 요구
한체대 종합감사 결과 발표…교수 비리·학사관리 부실 등 82건 적발
연세대 입시비리 의혹도 일부 정황 확인…학생 1인당 '30초 평가'


(세종=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한국 빙상계의 '대부'로 불렸던 한국체육대학교 빙상부 전명규 교수가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폭행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교육부 감사 결과 확인됐다.
한체대에서는 교수들의 비리와 학사 관리 부실 등 총 82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교육부는 21일 오전 교육신뢰회복추진단 제5차 회의를 열고 한체대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 조 전 코치에게 폭행당한 피해 학생들에게 전 교수가 합의를 종용했다는 의혹들이 사실로 확인됐다.
전 교수는 피해 학생은 물론 가족들까지 만나 폭행 사건 합의 또는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 응하지 않을 것 등을 강요했다.
그는 '졸업 후 실업팀 입단' 등 진로·거취 문제를 압박 수단으로 이용했으며,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가 터지고 교육부 감사가 진행된 1∼2월까지도 피해자들을 만나 압박했다고 교육부는 전했다.
전 교수는 빙상부 학생이 협찬받은 훈련용 사이클 2대를 가로채기도 했고 법에 따라 입찰 절차를 거쳐야 쓸 수 있는 한체대 빙상장·수영장을 제자들이 운영하는 사설강습팀에 수년간 '특혜 대관' 해주기도 했다.
주민등록 세대가 다른 가족을 신고하지 않고 2003∼2018년 가족수당 1천여만원을 수령하고 대한항공 빙상팀 감독에게 대한항공 스튜어디스 면접 지원자 정보를 보내면서 '가능한지 알아봐 달라'고 청탁한 사실 등도 적발됐다.
교육부는 전 교수에 대한 중징계를 한체대에 요구하고 고발 및 수사의뢰했다.

한체대에서는 다른 종목 교수들의 비리도 대거 적발됐다.
볼링부 A교수는 국내외 대회·훈련을 69차례 하며 학생들로부터 소요경비 명목으로 1인당 25만∼150만원을 걷었다. 그는 총 5억9천여만원을 현금으로 챙기면서 증빙자료를 만들거나 정산하지 않았다. 그 중 1억여원은 훈련지에서 지인과 식사하는 등 사적 용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생활무용학과 B교수 역시 학생 1인당 6만∼12만원씩 '실기특강비'를 걷어 증빙서류 없이 썼다. 실기특강 강사로는 배우자와 조카가 학교에 신고 없이 출강했다. 사이클부 C교수는 학부모 대표에게 현금 120만원을 받았다.
이밖에 2010∼2019년 체육학과 재학생 중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교직이수 예정자로 선발하면서 승인 정원 240명을 초과한 1천708명을 선발해 교원자격증을 줬다.
대학원에서는 교수들이 원래 업무인 석·박사과정 학생들 논문 및 연구계획서를 지도하거나 시험 출제·채점을 하면서 수당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최고경영자 과정에서는 출결 여부 확인 없이 282명에게 수료증을 주기도 했다.
교육부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전 교수 등 교직원 35명 징계를 한체대에 요구하고 12명은 고발 및 수사 의뢰했다. 빙상장 사용료 등 5억2천만원은 회수했다.

교육부는 연세대학교 수시 모집에서 아이스하키 특기생 합격자가 미리 결정돼 있었다는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도 발표했다.
감사 결과 체육특기생 평가위원 3명이 1단계 서류평가에서 평가 기준에 없는 '포지션'을 고려해 점수를 매긴 것으로 확인됐다.
포지션을 고려한 탓에 다른 학생보다 경기 실적이 떨어지는 학생이 서류평가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사례가 있었다고 교육부는 전했다.
평가위원 1명은 체육특기자 지원 학생 126명 평가를 70여분 만에 마치기도 했다. 지원자 한 명을 평가하는 데 30여초가 걸린 셈이다.
한 평가위원은 평가시스템에서 특정 종목 지원자 31명 중 6명의 점수를 수정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최종합격했다.
교육부는 평가위원 3명 등 교직원 9명에 대한 경징계 및 경고를 연세대에 요구했다.
다만, 교육부는 '사전 스카우트' 및 금품수수 의혹이나 전·현직 감독의 영향력 행사 등은 증거 확보가 어려웠다면서 이 부분은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hy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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