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남부서가 해결…신고 한 달여 만에 동생 찾은 형 "평생소원 풀었다"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47년 전 헤어진 형제가 경찰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재회했다.
지난달 8일 울산에 사는 A(59)씨는 "1975년 헤어진 동생(당시 8세)을 찾고 싶다"며 울산 남부경찰서 실종전담수사팀을 방문했다.
하지만 A씨는 동생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알뿐 헤어진 장소나 경위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했다.
경찰은 우선 과거 호적을 토대로 주민등록, 초·중·고 입학 이력, 금융 기록 등 A씨 동생의 생활반응을 확인했으나 기록이 전무했다.
또 실종 당시 8세였던 점을 고려해 울산과 부산, 경남 일대 아동양육시설에 입소 기록을 조회했으나 역시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재단법인 중앙입양원에 의뢰한 입양 기록 조회에서 단서가 나왔다.
A씨가 말한 1975년은 아니지만 1972년 부산 아동일시보호소에서 아동양육시설인 부산 '은혜의 집'으로 옮겨진 아동 중 A씨의 동생과 이름은 같지만, 생년월일이 다른 B(54)씨가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은혜의 집'에서 B씨의 사진과 기록을 확보해 행적을 추적, 경남의 모 지역에서 사는 그를 만났다.
B씨는 당시 이름 외에 생년월일을 기억하지 못해 1976년 법원의 허가를 받아 주민등록번호를 새로 만들었고, 18세까지 보육원에서 자란 것으로 확인됐다. 입양된 적은 없었다.
경찰은 B씨로부터 "어릴 때 철길 옆에 살았고, 철길에서 형제가 함께 넘어져 얼굴에 상처를 입은 일이 있었다"는 등의 기억을 전해 들었다.
B씨는 또 "그동안 가족을 찾고 싶었지만 찾을 엄두가 나지 않아 가슴에 묻어 두고 있었는데, 이젠 하루라도 빨리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다.
경찰이 A씨에게 B씨의 아동양육시설 입소 당시 사진을 보여주고, B씨의 기억을 들려주자 A씨는 자신의 동생이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또 경찰이 국과수에 의뢰한 DNA 검사에서도 A씨와 B씨가 형제 관계가 입증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지난 17일 남부서 실종전담수사팀 사무실을 방문해 마침내 상봉했다.
이들은 어릴 적 기억을 맞춰보면서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았다.
A씨는 "동생을 찾을 방법을 알지 못해 가슴에 한으로 담아 두고 있었는데, 이렇게 찾아서 평생소원을 풀었다"며 "경찰관분들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미아·가출·해외입양 등의 이유로 헤어진 가족을 경찰 전산망을 활용해 찾아주는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가족관계증명서나 제적등본을 지참해 경찰서를 방문하면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19일 12년간 집을 나가 있던 50대 지적장애 여성을 발견해 가족에게 돌려보내기도 했다.
남부경찰서 삼산지구대는 19일 오후 11시 30분께 "노숙자풍의 사람이 누워 있다"는 신고를 받고 공원 정자 안에서 이불 밑에 누워 있던 50대 여성 C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C씨의 초췌한 모습과 올바른 대화가 어려운 듯한 모습에 보호자에게 인계해야겠다고 판단하고, 설득 끝에 인적사항을 알아내 순찰차에 태워 가족에게 돌려보냈다.
C씨의 가족은 "C씨가 2007년 우울증 등 정신 질환으로 집을 나갔으나 찾지 못했다"며 "이렇게 찾게 돼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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