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예림 인턴기자 = "우리 카페 글을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또 무단으로 퍼갔네요. 매번 출처도 안 남기고 카페 글을 싹 다 긁어가다시피 하는데 정말 너무한 거 아닌가요" (포털사이트 다음 A카페 정회원)
지난 1월 회원 수가 100만명이 넘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A카페에서는 유명 페이스북 페이지의 상습적인 불펌(불법 퍼가기) 행위에 집단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회원들이 합심해 페이지 관리자에게 항의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불펌 당한 사례를 광범위하게 수집했다.
이 카페 회원들은 한 페이스북 페이지가 카페 공개 게시판에 올라온 글과 사진 등을 여러차례 무단 도용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원 게시물의 출처 표기를 지우고 페이스북 페이지의 로고를 새로 새긴 글 수백건을 한꺼번에 게시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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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음 카페·트위터·디시인사이드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명 페이스북 페이지들의 '불펌' 행위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에선 무단 도용한 게시물이 곧 해당 페이지의 광고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다.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 수가 많아질수록 광고 문의가 많아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 일부 페이지는 직접 글을 작성하기보다는 타인의 게시물을 도용하는 식으로 광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게시물을 올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서 '좋아요'와 댓글이 많아지면 게시물의 내용을 광고성 게시물로 '바꿔치기'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의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쓴 게시물이 타인의 영리에 이용되더라도 대응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SNS의 특성상 게시물이 워낙 빨리 퍼져서 일일이 신고하기 어려운 데다 페이지 관리자들이 '나 몰라라'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
트위터 이용자 'moo***'는 "한 페북 페이지가 트위터와 디시인사이드에 뜬 글을 출처 없이 퍼가서 자기가 쓴 것처럼 올렸길래 '출처 어디냐'고 댓글을 달았더니 차단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다음 A카페 회원 B씨는 게시물을 도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에게 정황을 따져 물었다가 "(불펌의) 증거를 내놓으라"거나 "신고하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는 적반하장식 답변을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페이스북 페이지의 무단 도용 행위는 엄연히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인터넷에서 글·그림·사진·영상 등 저작물로 보호되는 게시물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저작권 침해는 친고죄여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지만, 침해 행위가 상습적으로 이뤄지거나 영리적인 목적을 띌 경우 당사자가 아닌 경우에도 신고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법률 상담관은 2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저작물을 불펌하는 페이지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면 영리성이 있다고 보고 예외 규정에 따라 고소 없이 처벌할 수 있다"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다음이나 네이버 등 각종 포털사이트는 게시물을 작성할 때 'CCL(저작물 이용 허락) 표시'를 할 수 있게 하는데, 이 표시가 있으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더라도 일정한 조건에 게시물을 사용할 수 있다. 문제가 된 다음 A카페는 '영리 목적이나 2차 가공 없이 출처를 표시한 채 퍼간다면 게시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조건을 설정해놓고 있다.
법무법인 제하의 전세준 변호사는 출처가 분명하지 않을 경우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원 게시물을 찾아보거나 2차 출처를 표시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런 노력이 저작권 침해의 면책 사유가 되진 않지만 소송까지 갔을 때 참작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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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개인의 양심에 맡겨 불펌 자체를 자제하도록 하거나 일일이 처벌을 받게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는 움직임도 있다. 회원 수 77만명의 다음 C카페 회원들은 불펌을 방지하기 위해 '워터마크 박는(넣는) 법'을 공유하고 있다.
화면을 캡처한 뒤 출처 표기를 지운 채 게시물을 가져다가 쓰는 수법이 흔하기 때문에 사진ㆍ영상 등 콘텐츠 자체에 출처를 패턴처럼 심어놓고 캡처하더라도 출처가 드러나게끔 하는 것이다. 카페 회원들은 "다들 미리미리 워터마크를 박아서 불펌을 퇴치하자"며 이같은 방식을 독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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