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지사 선거·무투표당선·혐한…3대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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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의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을 뽑는 통일지방선거의 선거전이 21일 '고시(告示)'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선거는 올 여름 열리는 참의원 선거의 전초전으로 불린다. 두 선거의 결과에 따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전쟁가능 국가'를 향한 개헌 야심의 실현에 더 다가설지가 결정된다.
아베 정권은 이들 선거에서 잇따라 승리를 거둔 뒤 이를 동력으로 레임덕을 뚫고 개헌 드라이브를 한층 강하게 걸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 '돼지해 징크스' 만난 아베 정권, 레임덕-장기집권 갈림길
일본은 광역지자체인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과 기초지자체인 시정촌(市町村)의 단체장과 의회 의원의 선거를 4년에 1번 '통일지방선거'라는 이름으로 함께 실시한다.
여기에는 지자체장의 사망이나 중도 사직, 지방의회의 해산이나 지자체간 통합 등으로 선거 주기가 달라진 지자체는 제외된다.
47개 광역지자체 중 이번 통일지방선거에서 단체장 선거가 실시되는 곳은 11곳이다. 전체 지자체 선거 중 일본 통일지방선거가 차지하는 비중은 27% 수준이다.
선거는 4월 7일 광역지자체(정령시[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중 정부가 지정한 대도시] 포함)에 대해, 4월 21일 기초지자체에 대해 각각 실시된다.
전체 중 일부 지자체에서만 실시되지만 이번 통일지방선거가 갖는 의미가 큰 것은 결과에 따라 아베 정권이 흔들림 없는 장기 집권으로 가거나 아니면 레임덕에 빠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3번째 임기를 시작한 아베 총리는 2021년 9월까지 총재 임기를 확보하고 있지만, 벌써 지지율 하락을 겪으며 레임덕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만약 통일지방선거에서 삐걱거린 뒤 참의원 선거에서도 개헌 발의선인 전체 의석의 3분의2 이상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아베 총리의 중도 사퇴나 중의원 해산 등으로 조기에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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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은 12년에 한 번씩 자민당을 괴롭히는 '돼지해 징크스'를 경계하고 있다.
일본에서 통일지방선거는 4년에 한 번, 참의원 선거는 3년에 한 번 각각 열려 12년에 한번 돼지(亥)의 해에 두 선거가 함께 열린다. 자민당은 유독 돼지해 선거에서 고전해 왔다. 자민당의 강점은 조직력에 있는데, 지역 조직들이 매년 돼지해 잇따르는 선거로 인해 피로감을 느껴 참의원 선거 결과가 좋지 못했다.
◇ 광역지자체장 여당 우세…여야 격돌 홋카이도 '주목'
이번 선거의 핵심이 될 도도부현 단체장 선거에서는 벌써부터 여권의 우세가 점쳐진다.
야권의 세력이 미진한데다, 선거에서 통일 후보를 내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광역지자체장 선거가 열리는 11곳 중 4곳에서 여권 후보들끼리 맞붙는 '보수 분열'이 생기기도 했다.
전반적으로는 자민당의 우세가 확실한 상황이지만, 이번 선거의 승패는 11곳 중 유일하게 여야가 정면으로 격돌하는 홋카이도 지사 선거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북단 홋카이도의 지사 선거에서는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여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 전 유바리 시장과,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 등 야당이 지원하는 이시카와 도모히로(石川知裕) 전 중의원 의원이 맞붙는다.
야권은 홋카이도를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늠할 전략 지역으로 보고 총력 지원 태세를 갖추고 있다. 반(反)아베 기치를 내건 일본 남단 오키나와(沖繩)현의 다마키 데니(玉城 デニ) 지사도 야권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또다른 격전지는 오사카(大阪)부와 오사카시다. 보수정당 '일본유신의 회' 소속인 오사카부지사와 오사카시장은 각각 사퇴한 뒤 두 지자체를 '오사카도(都)'로 통합하는 구상을 공약으로 내걸고 서로 자리를 바꿔 출마했다.
만약 자민당이 홋카이도와 오사카에서 참패를 한다면 통일지방선거에서 사실상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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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출산에 입후보자 부족…붕괴 위기 지방의회 앞날은?
이번 선거는 인구 감소 시대 지방자치제의 미래상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입후보자가 줄면서 무투표 당선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뽑히는 도치기현, 군마현, 사이타마현, 지바현, 가나가와현 등 수도권 간토(關東) 지역 5개 광역지자체 의회 의원 392명 중 26.3%인 103명이 무투표로 당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된데다 대도시 중심으로 인구가 몰리면서 지방 의회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줄어들어 선거 자체가 의미를 잃게 된 것이다.
출마자가 부족해 투표를 통해 지자체 의원을 뽑을 권리를 잃게 된 유권자는 579만2천628명으로 추정된다.
지방의회들은 의원 부족에서 탈출하기 위해 조례 등을 고쳐 공무원이 의원을 겸임할 수 있게 허용하거나, 의원의 보수를 늘리는 등의 장려책을 도입하고 있지만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부 의회에서는 의원 정원 자체를 줄이기도 했다.
고치(高知)현의 시골 지역 기초 지자체인 오카와무라(大川村)는 의회 자체를 폐지하고 주민들이 마을 총회를 통해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펴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 중단됐다.
인구의 절반이 65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자가 많은 상황에서 주민들이 직접 심의와 의결에 참가하는 것이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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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틈탄 '혐한' 발언 쏟아질라…日정부 "적절히 대응"
재일교포들은 이번 선거의 유세 과정에서 혐한(嫌韓) 발언 등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가 쏟아질까 우려하고 있다.
한일 관계 악화를 계기로 혐한 시위가 극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에서 펼쳐지는 이번 선거가 극우들이 혐한 비방을 퍼붓는 자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도쿄도지사 선거 때만 해도 극우단체 '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의 회장 출신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가 출마해 거리에서 한국인과 중국인을 비방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사쿠라이가 이끄는 일본제일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후보를 낼 것으로 보여 후보들이 혐한 발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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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2016년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본국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향한 대응 추진에 관한 법)이 시행됐지만, 헤이트 스피치는 줄지 않고 있다.
이는 이 법이 '차별의식을 조장할 목적으로 생명과 신체 등에 위해를 가하는 뜻을 알리거나 현저히 모욕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도 처벌 규정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법무성이 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 법무국에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 '적절히 판단해 대응하라'고 지시했지만, 이런 지시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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