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지원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센터장 인터뷰
"정부, 60~70년대 대기업 키우듯 스타트업 편애해야"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팀 홍지인 기자 = "규제를 푸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 이번 정권이 특별히 못 한다고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렇지만 승차 공유 등 문제에 대해선 청와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욕을 먹지 않는 결정은 없어요."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센터장은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사회적 논란으로 불거졌던 택시·카풀업계의 갈등에 대처하는 정부의 중재 역할에 대해 "대타협기구에 다 떠넘기고 남의 일 하듯이 한다"고 지적했다.
벤처·스타트업 기업은 현 정부 들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지목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제2 벤처 붐을 일으키고자 한다"며 앞으로 4년간 12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카풀 사태에서 드러나듯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투자보다 훨씬 더 절실히 요구하는 '규제 해소'에 있어선 여전히 정부의 역할이 아쉽다고 임 센터장은 강조했다.
임 센터장은 규제 해소 요구에 대한 정부·정치권의 반응에 대해 "항상 듣는 얘기가 '선거가 있어서 안 된다'는 건데, 선거가 없는 때에도 똑같더라"며 "결정을 할 타이밍도 놓쳐버리고 본질적인 이해를 하려는 노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1기 민간위원으로 활동한 소회를 묻자 "대통령 직속위원회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들어가서야 알았다. 다 책임 회피를 위해 만든 게 아닌가 싶다"고 그는 술회했다.
이어 "그런 식으로 해서 무슨 일을 할까 싶더라"며 "정말 일을 하게 하려면 비상임보다 상임으로 뽑아 목표를 확실히 잡고 바꾸는 식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에 대해서도 "어떻게 보면 필요 없는 일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고 낭비를 한다"며 "관(官)에서 이끌고 만들어야 한다는 지나친 강박 관념을 가진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정부는 비즈니스 전체 생태계가 공정하게 돌아가고 적정한 가격이 형성되도록 유도를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 센터장은 라이코스 한국지사 최고경영자(CEO)와 다음커뮤니케이션[035720] 서비스혁신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 2014년부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목적의 비영리 민관협력기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를 이끌고 있다.
지금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설립 당시보다는 투자 여건 등 스타트업을 둘러싼 환경이 훨씬 좋아졌다는 게 그의 평가다.
임 센터장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5~6년 전보다는 비약적으로 좋아졌다"며 "몇몇 회사들이 큰 매출을 올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실력 있는 창업자도 많아졌는데 그들이 투자받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는 듣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스타트업이 큰 회사가 되고 대기업과도 경쟁해 이길 수 있다는 사례만 조금 만들어주면 분위기가 확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현재 주목받고 있는 모빌리티를 비롯해 음식배달·공유주방 등 이른바 '푸드테크'와 헬스케어(건강관리) 등 분야에서 새로운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벤처기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전망했다.
그는 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같은 사람을 청와대로 초청하면 좋을 것"이라며 "손 회장이 국내 기업에 투자한 사실이 자연스럽게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해외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 센터장은 정부가 스타트업에 '특혜' 수준의 관심과 지원을 베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은 과거 1960~70년대에 정부가 정책적으로 키워준 것 아닌가"라며 "유니콘 기업들이 지금은 눈에 잘 안 보이더라도 나중에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될 가능성이 있는데 그런 가능성을 잘 모르고 넘긴다"고 말했다.
이어 "큰 회사가 더 큰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사기를 올려줘야 한다"며 "새로운 기업을 편애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ljungber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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