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수원산업단지(Suwon Industrial Complex )'가 수십년간 사용해온 이름을 버리고 '델타 플렉스(Delta Plex)'라는 새 이름으로 갈아입는다.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 125만7천510㎡ 규모로 2006년부터 2016년에 걸쳐 조성된 수원산업단지는 수원시 유일의 산업단지이다.
1단지와 2단지는 경기도에, 3단지는 수원시에 관리권이 있다.
현재 704개 IT(정보통신)·BT(생명공학) 등 첨단 기술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근로자도 1만4천288명에 달한다.
그런데 지난해 말 갑자기 산업단지관리공단이 산업단지 이름을 바꾸겠다면서 새 명칭을 공모했다.
3개월간의 공모작업을 통해 최종 확정된 이름이 '델타 플렉스'. 델타는 항공촬영시 수원산업단지의 삼각형 모양을 상징하고, 플렉스는 '단지'를 뜻하는 콤플렉스에서 '콤'을 뺀 영어 단어이다.
처음에는 '델타 콤플렉스'로 이름 지으려다가 콤플렉스에 '강박관념'이라는 부정적인 뜻이 있어 플렉스로 결정했다.
이처럼 수원산업단지관리공단이 정성을 들여 공단 이름을 바꾸게 된 계기는 2017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연은 이렇다.
수원산업단지공단 이기현 이사장(미경테크 대표)은 지인으로부터 고등학교 졸업생이 일할만한 일자리가 있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돕고 싶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이 이사장은 산업단지내 구직자가 필요한 한 자동제어 관련 업체를 소개해줬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지인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참다못한 이 이사장이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일자리를 구해달라고 해놓고 연락이 없냐?"라고 물었다.
그러나 기뻐할 것 같았던 지인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지인이 기쁜 마음으로 학생의 어머니에게 "수원산업단지에 아들 일자리를 어렵게 구했다"고 하니까 그 어머니가 "우리 아들은 공장에 안 가요"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이 이사장은 머리를 벽에 부딪친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정작 젊은이들이 단지 공업단지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걷어차고 있는 현실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산업단지 일자리를 걷어찬 그 졸업생이 어느 한 대형 쇼핑몰에서 아르바이트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한 번 더 충격을 받았다.
이 이사장은 "산업단지 내 기업에서 일하면 최저임금을 적용한 연봉에 잔업과 야간수당까지 포함하면 연간 3천만원이 넘는 돈을 벌 수 있는데 쇼핑몰 아르바이트를 선택한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라면서 "요즘 젊은이가 일을 안 배우고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해 정말 큰일 났다는 걱정이 앞섰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원산업단지는 첨단업종이 입주해 손에 기름 묻히고 중노동을 하는 곳이 아닌데도, 단지 산업단지라는 선입견 때문에 젊은이들이 외면하는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
그래서 우선 산업단지가 막노동하는 곳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고자 이름 변경에 나섰다. 또 수원산업단지가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젊은이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로 했다.
델타 플렉스로 바뀐 수원산업단지의 새 이름은 수원시와 경기도의 승인을 거치면 다음 달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연봉이 적고 여러 복지가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다양한 기술을 배우고 경험을 쌓으면서 본인의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라면서 "우리 델타 플렉스도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좋은 일자리 여건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hedgeho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