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출신 인사들 반대…부통령 "테러의 표적 될 수 있어"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정부가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관 이전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정부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등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정부 고위 인사들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이달 말로 예정된 이스라엘 방문 기간에 대사관 이전을 전격적으로 발표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아미우톤 모우랑 부통령과 아우구스투 엘레누 국가안보실장 등 군 출신 인사들은 대사관 이전을 섣불리 결정하면 이슬람권의 반발은 물론 국제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앞서 모우랑 부통령은 "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면 브라질이 국제 테러 조직의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문에서 대사관 이전 문제를 매듭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요시 셸리 브라질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대사관 이전은 브라질의 주권에 관한 문제"라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위대한 지도자"라고 말해 대사관 이전 결정을 기대한다는 뜻을 표시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이스라엘을 방문하며, 31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브라질의 트럼프'를 자처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따라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공언했다.
대사관 이전을 시사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슬람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의 재계를 대표하는 기구인 아랍상공회의소연합은 브라질이 대사관 이전을 강행하면 브라질산 제품을 보이콧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터키·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요르단·팔레스타인 등 5개국은 브라질 대사관이 이전하면 아랍 국가들은 물론 이슬람권 전체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며 대사관 이전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기독교뿐 아니라 이슬람에서도 성지로 간주한다.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에서 승리해 팔레스타인을 내쫓고 점령한 곳으로 국제법상 어느 나라 영토도 아니다.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을 미래의 수도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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