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 직후 北 '벼랑끝 전술'…美, 긴장고조 속 파장 '촉각'

입력 2019-03-22 22:54  

美제재 직후 北 '벼랑끝 전술'…美, 긴장고조 속 파장 '촉각'
'강대강 대치' 기싸움 격화…美, 상황 주시하며 신중 대응할듯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북측이 22일(현지시간)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에서 돌연 철수함에 따라 북미 간의 긴장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북측의 조치는 일차적으로는 남북 간의 일이긴 하지만,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전개돼온 북미 간 대치 상황의 연장 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남북관계에 충격파를 가함으로써 판을 흔들어 미국을 압박하려는 대미 메시지 발신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미국의 반응 등과 맞물려 2차 핵담판 결렬 이후 교착국면을 이어온 북미 관계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북측의 이날 남북연락사무소 철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사 2곳에 대한 독자 제재를 단행, 지난달 27∼28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 대북 제재 카드를 꺼내든지 몇 시간 뒤에 이뤄졌다.
미국은 이날 불법 환적 의혹과 관련해 북한과 제3국 선적의 선박들을 무더기로 추가한 '북한의 불법 해상 거래 관련' 주의보도 갱신해 발령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를 두고 북한이 남북관계를 흔드는 것으로 미국의 제재 단행에 우회적인 '응수'를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북한이 지난해 4·27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개설된 상징적 장소인 남북연락사무소 철수 '카드'를 통해 한국 정부가 미국의 제재강화 기류에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는데 불만을 표시하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설득하도록 유도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하노이 담판 결렬 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 감지 및 북한의 협상중단 검토 발표,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 그리고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철수 등으로 이어지며 강 대 강 대치국면이 조성돼 기 싸움도 격화되는 흐름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을 통해 핵·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협상중단 검토 방침을 밝힌 지 약 일주일 만에 남북연락사무소 철수 카드를 꺼내 들며 '벼랑 끝 전술'을 이어가자 그 파장 등을 주시하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최 부상의 기자회견 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개재 가능성을 경계,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며 경고장을 발신하면서도 대화의 문을 열어두며 비교적 신중 모드를 견지하는 등 강온 병행 전략을 구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이후 현재까지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하지 않으며 '침묵'을 이어온 가운데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주로 스피커로 나섰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기본적으로 남북 간의 문제라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적 대응을 보이기보다는 신중하게 상황을 예의주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미국은 전날 대북 독자 제재를 통해 비핵화 견인을 위한 대북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북측에 분명히 발신한 만큼, 당분간 이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전임 정권들의 실패한 협상의 전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벼랑 끝 전술'을 통해 미국의 유연한 태도를 끌어내려는 북한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제재라는 무기를 손에 쥐고 있는 한, '시간은 미국 편'이라는 인식도 깔려 있어 보인다.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전면에 등장한 볼턴 보좌관은 전날 재무부의 제재 이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늘 재무부에서 중요한 조치들이 이뤄졌다. 해운업계는 북한의 불법적 해상 운송 관행들을 중단시키기 위해 좀 더 노력해야 한다"면서 "모두 주의를 기울여 북한의 제재 회피에 연루되지 않도록 자신들의 활동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 자금줄 원천 차단을 위한 '해상 봉쇄'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주 중국과의 후속 무역협상을 앞둔 가운데 이를 지렛대로 대북 문제와 무역협상을 연계, 북한의 행동 변화를 이끌기 위한 중국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날 이뤄진 제재가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 자체가 대북제재 공조 전선에 중국을 묶어두면서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움직이게 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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