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레바논 지도부와 헤즈볼라 놓고 '불협화음'

입력 2019-03-23 01:44   수정 2019-03-23 01:52

폼페이오, 레바논 지도부와 헤즈볼라 놓고 '불협화음'
이스라엘서 키프로스 영공으로 돌아 레바논행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22일(현지시간) 레바논에 도착해 이틀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직전 순방지인 이스라엘에서 '찰떡 공조'를 과시했지만 레바논에서는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놓고 예상대로 레바논 지도부와 만나 불협화음을 냈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나비 베르리 레바논 의회 의장을 만나 레바논과 중동을 불안케 하는 헤즈볼라의 활동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전달하고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국경 지대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헤즈볼라와 가까운 베르리 의장은 "헤즈볼라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레바논에 도움 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헤즈볼라의 저항은 이스라엘이 계속 우리의 영토를 불법 점령한 결과물이다"라고 반박했다.
심지어 이날 마련된 게브란 바실 레바논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이견이 그대로 노출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에 대한 우리의 압박은 간단하다. 테러분자의 돈줄을 막는 게 목표이며 효과를 내고 있다. 우리의 노력이 이미 헤즈볼라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이란과 헤즈볼라의 테러 작전으로 흐르는 돈을 옥죄는데 모든 평화적 방법을 계속 사용하겠다"며 "레바논은 자랑스러운 자주국으로 나아가든지 레바논의 미래를 지배하려는 이란과 헤즈볼라의 어두운 야욕을 허용하든지 양자택일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헤즈볼라는 레바논을 이란의 대리전의 최전선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바실 장관은 "헤즈볼라는 선거로 뽑힌 정당이지 테러조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폼페이오 장관을 만난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도 "헤즈볼라는 대중이 지지하는 정당이다"라며 "국가 통합과 국민의 평화가 최우선이다"라고 말했다.
헤즈볼라는 단순한 이슬람 시아파 무장조직이 아니라 레바논 내각과 의회에서 과반 지분을 차지한 정파로, 국내에서 대중적 기반이 견고하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직접 지원하는 탓에 이스라엘이 가장 위협적으로 여기는 세력이다.


이날 이스라엘에서 출발한 폼페이오 장관의 전용기는 인접국 레바논 베이루트로 직접 향하는 대신 지중해 위의 키프로스 상공으로 우회하는 경로로 비행했다.
중동 이슬람권 국가 대부분은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탓에 이스라엘을 오가는 항공편은 형식적으로라도 중립국 영공을 거쳐야 진입이 허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20∼21일 이스라엘을 찾아 미국 고위 관료로는 처음 동예루살렘 통곡의 벽을 방문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텔아비브가 아닌 예루살렘에서 만났다.
그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1일 트위터에 이스라엘이 1967년 아랍권과 전쟁에서 승리한 뒤 불법 점유한 시리아 골란 고원을 이스라엘의 영토로 인정해야 한다는 글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스라엘 방문을 계기로 노골적으로 네타냐후 총리를 두둔하고 중동 이슬람권을 자극했지만 이스라엘에서 레바논으로 직항하지는 않아 최소한의 '룰'은 지킨 셈이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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