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수용소에서 한국으로' 일본계 미국인 참전용사들의 기억

입력 2019-03-23 02:22  

'강제수용소에서 한국으로' 일본계 미국인 참전용사들의 기억
LA총영사, 참전용사 초청 행사…정부에 '단체표창' 건의 계획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애리조나주 피닉스를 향해 가다 보면 팜스프링스와 미들랜드를 지나 사막 한가운데에서 만나게 되는 작은 마을 포스턴(Poston)이 있다.
2000년 인구조사에서 상주인구가 389명에 불과할 정도로 황량한 애리조나 사막 지대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로 꼽힌다.
1940년대 이곳에는 1만7천여 명의 일본인들을 격리한 강제수용소가 있었다.
1941년 일본군이 진주만 기습을 감행해 미국이 2차대전에 참전한 직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특명(행정명령 9066호)을 발동해 당시 미국에 살고 있던 일본계 미국인들이 강제수용된 것이다.
일본계 미국인들은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여겨지던 포스턴에서 3년여 간 수용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당시 모하비 사막 주변으로 많은 강제수용 캠프를 뒀는데, 그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곳이 포스턴 수용소였다.
강제수용을 당해야 했던 일본계 미국인들 중에는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미군에 자원입대에 참전한 이들도 꽤 있다. 그들이 미국 사회에서 인정받고 살아가기 위해 한국전 참전을 통해 미국 시민으로서의 애국심을 보여준 것이다.
일본계 미국인 참전용사회의 로버트 와다 지회장은 이런 사연을 담아 '강제수용에서 한국으로, 그리고 고독으로'(From Internment, to Korea, to Solitude)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 김완중 총영사는 21일(현지시간) 아흔이 넘는 와다 씨를 비롯해 일본계 미국인 참전용사 9명을 LA 시내 관저에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일본계 미국인들의 한국전쟁 참전 활약상과 1997년 참전자회를 결성해 LA 도심 리틀도쿄와 임진각에 전몰 기념비를 세운 일 등을 영상으로 되돌아봤다.
와다 씨의 사연은 이채롭다.


진주만 기습 당시 12살이던 와다 씨는 루스벨트 특명에 따라 애리조나 포스턴 수용소에 격리돼 강제수용 생활을 했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를 여의었다.
1950년 스무살이 넘은 와다 씨는 어릴 적 친구 마드리드와 함께 해병대에 입대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다섯 형제 중 3명이 한국전에 참전했다고 한다.
전쟁에서 살아돌아온 자로서, 전사한 친구 마드리드와 전우들을 위해 책을 쓰게 됐다는 와다 씨는 리틀 도쿄에 255명의 일본계 미국인 전몰기념비를 세운 데 이어 임진각에도 기념비를 세우고 매년 참배했다.
참전용사인 노리우 우에마쓰 씨는 "많은 어린 피난민들을 보고도 그들을 남으로 함께 데려올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한국전쟁 다시 기억을 떠올렸다.
90세 이상 고령인 이들은 이제 한국 방문이 쉽지 않아 올해 10월 순회행사로 워싱턴DC 한국전 참전비 방문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LA총영사관은 일본계 미국인 참전자회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유엔군 참전의 날(7월27일)을 계기로 단체표창(대통령표창)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주류 미주법인 김경동 법인장은 참석한 참전용사들에게 고려인삼주를 선물했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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