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이스라엘에 대한 맹목 편향"…이란 "쇠락하는 제국의 무모함"
EU도 "인정 못 한다" 미국과 선 그어…"美, 공식 문서 준비, 내주 서명"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 인정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유엔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골란고원의 원주인인 시리아 외무부는 22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국제평화·안정에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이는 시온주의 국가(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맹목적 편향을 확실히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의 입장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497 등 정당한 국제사회의 합의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골란고원 수복에 나설 것이라고 압박했다.
유엔 결의안 242·497은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점령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시리아의 강력한 후원국이자 시아파 맹주인 이란을 비롯해 다른 중동지역 국가들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고집스럽게 국제법을 위반하고 주권국을 괴롭히는 게 힘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라며 "이러한 무모함은 쇠락해가는 제국의 공황 상태를 드러낼 뿐"이라고 지적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혹스러운 선언이 중동에 새로운 위기와 긴장을 불러일으켰다면서 "우리는 골란고원 점령의 정당성을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집트도 성명을 통해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된 아랍 영토라며 유엔 결의안을 존중해 줄 것을 촉구했고,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안 그래도 취약한 중동의 정세를 더 불안정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유럽연합(EU)은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미국의 대중동 정책 노선과 선을 그었다.
EU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EU는 국제법에 따라 골란고원을 포함해 1967년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땅에 대해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인권이사회(UNHRC)는 이날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내 세력 확장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표결 끝에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이슬람협력기구(OIC)를 대표해 파키스탄이 제출한 것이다. 표결 결과는 찬성 26개국, 반대 16개국, 기권 5개국 등이다. 영국을 포함한 일부 유럽 국가들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결의안은 이스라엘에 골란고원 정착촌 건설과 골란고원 거주 시리아인들에게 이스라엘 시민권을 강요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완전히 인정할 때가 됐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해 유엔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언론의 질문에 "골란고원에 대한 유엔의 정책은 유엔 총회 결의안과 안보리 결의안 등에 반영돼 있다"면서 간접적으로 미국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비쳤다.
애초 시리아 영토였던 골란고원은 1967년 6월 이스라엘과 아랍 간 이른바 '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지만, 미국을 제외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영토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평균 해발고도 약 1천m인 골란고원에는 현재 수십 개의 유대인 정착촌이 건설됐으며, 분쟁 방지를 위해 유엔평화유지군도 일부 주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영토 주권을 인정하는 것을 성문화하는 공식 문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미국 관료들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미국 관료들은 오는 25일 베냐민 네타냐후의 미국 방문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서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 13일 발표한 인권보고서에서 골란고원을 언급하면서 작년과 달리 '이스라엘 점령 지역'이 아닌 '이스라엘 관할 지역'으로 기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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