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점유율 29%로 1위…철저한 현지화가 비결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작년 4분기 아프리카·중동 지역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업체는 어디일까. 삼성전자[005930], 화웨이가 아닌 생소한 업체 '트랜션‘(Transsion)이라는 곳이다.
24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아프리카·중동 지역에서 트랜션 산하 브랜드 테크노(11%), 아이텔(10%), 인피닉스(8%) 등 점유율을 합친 수치가 29%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27%), 화웨이·아너(15%)를 앞선 것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약한 중동을 제외하고 아프리카만 놓고 보면 트랜션은 이미 2017년부터 연간 점유율에서도 삼성전자를 제치고 선두를 차지했다. IDC에 따르면 작년 아프리카 스마트폰 시장에서 트랜션의 점유율은 34.3%로, 삼성전자(22.6%), 화웨이(9.9%)를 여유있게 제쳤다. 휴대폰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피처폰 시장에서는 트랜션의 점유율이 58.7%에 이른다.
SA는 "2011년 이래 아프리카·중동 지역에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차지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트랜션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외신 등에 따르면 창업주 주 자오쟝은 여타 브랜드와 달리 자국인 중국 대신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창업했다. 2000년대 중국의 '해외 진출' 전략에 따른 선택이었다. '글로벌하게 생각하고 로컬하게 행동하라'를 모토로 2006년 나이지리아에 브랜드 '테크노'를 설립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아프리카 지역은 인구는 많지만, 구매력은 적은 시장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폰을 철저히 현지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내놓으면 삼성전자, 애플 등 글로벌 브랜드에 비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SA에 따르면 트랜션 스마트폰의 평균판매가격은 90달러로, 삼성전자(150달러)의 60% 수준이다. 트랜션의 메인 브랜드 3개의 제품은 주로 15∼200달러에 팔린다.
트랜션은 진출 초기부터 아프리카 시장에 처음으로 두 개 이상의 심(SIM)을 갖춘 스마트폰을 팔기 시작했다. 지역 내 다른 통신사 간 발생하는 비싼 통신요금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개의 심 카드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맞춘 것이다.
휴대폰을 충전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프리카 특성에 맞춰 한 번 충전하면 24시간 넘게 지속할 수 있는 피처폰을 팔았다.
스마트폰 기능 면에서도 현지화를 거쳤다. 피부색이 어두운 아프리카인을 위해 셀피를 찍을 때 빛 노출을 늘려 선명하게 찍을 수 있게 했다. 또 현지 언어 키보드를 탑재한 단말기를 내놨고, 음악이 생활의 일부인 아프리카 문화를 반영해 단말 전원을 켤 때 멜로디가 끊임없이 나오도록 하는 한편 현지 음악과 해외 음악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 스트리밍 앱 '붐플레이'를 단말에 선탑재했다.
현지 스토어에는 중국 브랜드임을 표시하는 어떤 글자나 사인도 없다. 2011년부터 에티오피아에서 판매하는 휴대폰은 모두 아디스아바바 공장에서 생산된다. 중국 직원 수(6천명)보다 아프리카 전역의 직원 수(1만명)가 훨씬 많다.
트랜션은 아프리카, 중동 지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최근 인도에서도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이 지역에서도 음식을 손으로 먹는 문화에 맞춰 손가락에 기름이 묻어 있어도 화면 인식이 가능하도록 기능을 현지화했다.
SA는 "삼성전자는 아프리카·중동 지역에서 선두를 되찾기 위해 마케팅 비용, 영업 직원을 늘리고 R&D 펀드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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