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드 정권 '백기투항' 압박…터키, 군사작전 위협
'보호막' 미군 철수 임박…"서방 다국적군 장기 주둔에 기대"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점령지에서 내쫓고 폭정을 종식한 국제동맹군의 성과는 쿠르드 세력의 협조로 가능했다.
시리아 IS 격퇴전 지상군 부대 '시리아민주군'(SDF) 지도부에 따르면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의 지원을 받아 IS와 싸우다 목숨을 잃은 SDF 부대원은 1만명이 넘는다.
SDF의 주축이 쿠르드 민병대, 즉 '인민수비대'(YPG)다.
YPG와 그 정치세력은 유프라테스강 동쪽, 시리아 북동부를 통제한다.
시리아 쿠르드가 이 지역을 장악하고 '로자바'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자치를 누리게 된 계기는 시리아 내전이다.
내전 초기 여러 전선에서 수세에 몰린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은 수도와 서부 거점 방어를 위해 북부에서 군대를 철수하면서 북동부 쿠르드 지역에서 통제력을 상실했다.
2014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혼란을 틈타 파죽지세로 세력을 확장한 IS도 쿠르드 민병대의 저항에 가로막혔다.
IS 격퇴를 이유로 시리아에 군사적으로 개입한 미국도 이러한 점에 주목, 쿠르드 세력과 손을 잡았다.
미군 주둔은 터키의 군사작전 위협으로부터 쿠르드 세력을 보호하는 방패막 역할을 했다.
자국의 쿠르드 분리주의를 자극할 수 있는 YPG를 최대 안보위협으로 여기는 터키도 미군과 함께 싸우는 부대를 공격할 수는 없었다.
23일(다마스쿠스 현지시간) 시리아 동부 바구즈를 끝으로 IS의 점령지가 사라짐에 따라 미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대로 본격적인 철수를 앞뒀다. 쿠르드로서는 방패막이 사라지게 된다는 뜻이다.
내전과 극단주의 조직으로 시리아 사태가 혼란스러운 중에 짧게 자치를 누린 쿠르드는 내전 포연이 잦아들고 '공공의 적' IS의 위협이 줄어들면서 자신들은 되레 더 위태로워졌다.
미군 철수 후 쿠르드는 시리아 정부 통제 아래 들어가되 자치권을 보장받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전망은 어둡다.
이날 바구즈 '승리' 선언 직후 SDF 사령관 마즐룸 코바네는 "시리아 중앙정부가 (무력보다는) 대화를 선택하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코바네 사령관은 시리아 정부가 로자바의 자치권과 SDF의 특수 지위를 인정하기를 기대했다.
시리아 정부는 그러나 조건 없는 '백기투항'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이달 18일 알리 아윱 시리아 국방장관은 쿠르드에게 주어진 선택사항은 정부가 원하는 대로 조정(화해) 합의를 하거나 무력에 굴복하는 것 두 가지뿐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IS 격퇴전을 도운 시리아 쿠르드를 보호하고자 터키·시리아 국경에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미군과 유럽 동맹국으로 구성된 다국적 감시군을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이렇다 할 합의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동맹국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완전 철군 방침에서 선회해 시리아 북동부에 200명가량을 남기기로 했다.
미국 싱크탱크 신(新)미국안보센터의 니컬러스 헤러스 연구원은 "SDF에게 최상은 미국과 동맹국이 시리아에 장기간 남는 것"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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