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5년째 국제여성회의 개최…"개도국女 400만명에 교육 제공"
'여성활약' 강조에도 女취업자 절반 이상 '비정규직'…女관리직 12%뿐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가 5년째 자국에서 여성 관련 국제회의를 대대적으로 열고 있지만, 정작 일본 내 여성권익 관련 지표가 향상되지 않아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도쿄(東京)에서 열린 국제여성회의 'WAW'(World Assembly for Women)에서 "내년까지 적어도 400만명의 개발도상국 여성에게 질 높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오는 6월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여성교육 문제를 제기하겠다면서 "각국 정상들로부터 모든 여자 아이가 12년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세계를 지향한다는 결의를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 집권 후인 2014년부터 '여성판 다보스 회의'라며 여성 권익 향상 활동을 해온 인사들을 초청해 'WAW'를 대대적으로 열고 있다.
5회째인 올해 행사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파키스탄의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를 초청하기도 했다. 그는 전날 기조연설을 통해 여성 교육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이처럼 국제회의를 열면서 여성권익 향상에 힘쓴다는 이미지를 부각하려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일본 내에서나 잘하라'는 식의 냉소적인 시각이 많다.
아베 총리는 '여성의 활약'을 간판 정책으로 내걸고 있지만, 여성 관련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도통신은 WAW 개최 소식을 전하며, 아베 정권이 2012년 정권 발족 후 여성 취업자가 200만명 이상 늘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성이 빛나는 사회' 실현에 벽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자민당은 아베 정권 발족 직후부터 '2020년까지 사회에서 지도적 지위의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공언했지만, 국제노동기구(ILO)의 작년 발표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관리직 중 여성의 비율은 12%로 주요 7개국(G7) 중 최하위였다.
아베 정권이 여성 취업이 늘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총무성의 지난 1월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여성 취업자 중 56.8%가 비정규직이어서 남성의 비정규직 비율(22.3%)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3년 여성의 사회 참여를 늘리기 위해 "2017년까지 보육원의 대기아동을 없애겠다"고 공언했지만, 교도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전국 66개 지자체의 인가 보육소 0~2세반에 입소하지 못해 대기 상태가 된 아동은 3만5천명이나 된다.
정계에서도 여성 차별이 심해 여성의 비율은 중의원 의원의 10.1%, 참의원 의원 20.7%로 저조하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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