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또 '홍상수 표' 영화…'강변호텔'

입력 2019-03-24 11:51  

어김없이 또 '홍상수 표' 영화…'강변호텔'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어김없이 또 '홍상수 표' 영화다. 이번에도 역시 '연인' 김민희와 함께다.
홍상수 감독의 스물세 번째 장편 영화이자 김민희가 함께 작업한 여섯 번째 영화인 '강변호텔'이 오는 27일 개봉한다.
강변 호텔에 공짜로 묵는 시인 영환(기주봉 분)한테 두 아들 경수(권해효), 병수(유준상)가 찾아온다. 영환은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이 죽을 것 같다는 느낌에 두 아들을 부른 것이다. 호텔에는 상희(김민희)도 묵고 있다. 상희는 같이 살던 남자에게 배신당한 뒤 이곳으로 왔다. 손에는 화상을 입은 채다. 상희를 위로하기 위해 친한 언니 연주(송선미)가 호텔을 찾아온다. 등장인물들은 다 사는 것이 힘들다.


'강변호텔'은 전형적인 홍상수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홍 감독은 등장인물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투영한다. 술자리와 젊은 여자에게 집적대는 늙은 남자도 등장한다. 말맛을 살린 대사들도 여전하다.
영환은 아들들이 어릴 적 가족을 버리고 다른 여인에게로 떠났다. 그는 "미안함 때문에 같이 살 수는 없다"고 말한다. 상희 역시 유부남과의 사랑에 실패하고 강변호텔로 떠나온 것이다. 상희는 연주에게 그가 "와이프에게 돌아갔다. 나랑 살면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는다.
실제 연인이자 불륜 관계인 홍상수와 김민희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영환과 상희는 현재 괴로워하면서도 과거의 행동을 반성하기보다는 자기 연민에 빠져있다. "사람들이 다 그렇다"는 대사로는 영환과 상희뿐 아니라 감독과 배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들린다.

영환은 상희와 연주를 만나고선 끊임없이 "정말 아름답습니다"라고 감탄한다. "아름답다"는 말을 너무 반복해 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다. 영환의 입을 빌린 연인 김민희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는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다.
영환과 영화감독인 병수한테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투영한 부분도 있다. 자신의 팬이라는 호텔 종업원과 대화할 때 카메라는 영환의 얼굴만 비춘다. 꽤 얼굴이 알려진 영화감독인 병수에 대해서는 연주 입을 빌려 "어중간하다. 그러나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다"고 홍 감독 자신을 평가하는 것으로 들린다.


영환은 상희와 연주를 술자리에서 만나 그들을 생각하며 썼다는 시를 읊는다. 이를 통해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끼면서도 그러한 두려움을 동력 삼아 창조적인 작업을 해내는 예술가의 모습도 그려냈다.
흑백 화면 덕분에 눈 덮인 강변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그려진다. 또 다른 하루가 특별할 것 없는 등장인물들의 하루에 갑자기 쌓인 눈은 특별한 사건이 된다.
'강변호텔'은 제71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제56회 히혼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불륜을 인정한 이후 국내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린다. 통상 언론시사회 후 감독과 주연 배우가 참석하는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지만 '강변호텔'은 영화만 상영됐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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