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계 집권의 정정불안보다 군부정권 지지로 '안정' 택한듯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를 지지하는 탁신계의 '선거 전승 신화'가 깨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태국의 군부정권은 24일 총선 승리를 통해 절차적 정당성마저 확보할 전망이다.
89% 개표율을 토대로 한 태국 선거관리위원장의 기자회견과 여러 언론 보도 결과를 종합해 보면 군부정권 지지 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의 제1당 등극이 유력하다.
물론 추가 개표에 따라 푸어타이당이 근소한 차로 제1당이 될 가능성도 아직은 남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내용상으로는 '패배'로 받아들여 진다.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탁신 진영은 북부, 북동부 등의 저소득 농민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지난 2001년부터 시행한 모든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왕실과 군부 등 기득권층의 대척점에 서서 양대 세력을 구축해 왔다.
2006년 쿠데타로 실각한 뒤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자 외국으로 도피했지만, 탁신 전 총리는 푸어타이당과 같은 지지세력을 통한 '원격 정치'를 통해 태국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직전 마지막 총선인 2011년 조기 총선에서도 의회 500석 중 과반인 265석을 차지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군부 정권에 무릎을 꿇은 모양새다.
물론 여기에는 군부 정권이 '탁신 타도'를 외치며 2016년 헌법 개정을 통해 '싸움의 룰'을 바꾼 것도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군부 정권은 중소정당의 원내진입을 수월하게 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비례대표 당선자 수를 산정할 때 지역구 당선자 수가 많으면 손해를 보도록 규정을 바꿔 탁신계에 다수당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 푸어타이당의 '자매정당' 타이락사찻당이 왕실 공주를 총리 후보로 지명해 논란을 일으킨 뒤 헌법재판소에 의해 정당 해산 명령을 받을 때도 군부 정권이 배후에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보다는 탁신계가 정권을 다시 잡게 될 경우, 또다시 정치적 갈등이 불어닥칠 것에 대한 유권자의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탁신 전 총리 실각 이후 지난 15년간 태국은 탁신 지지자들과 그 반대 세력 간 끝없는 갈등과 분열이 이어졌고, 이는 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유권자들에게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정부를 전복시킨 군부정권을 끝장내야 한다는 푸어타이당의 목소리가 역설적으로 태국인들의 가슴 속에 있는 '쿠데타 두려움'을 또다시 끌어낸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태국에서는 1932년 입헌군주제 전환 이후 19차례나 쿠데타가 발생했다.
실제 선거를 며칠 남기지 않고 군부정권과 가까운 정당에서는 푸어타이당이 승리할 경우,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푸어타이당이 군부정권 5년간 경제상황 악화 등을 주장하며 표를 호소한 것보다, 총리 후보인 쁘라윳 총리를 정점으로 한 군부지지 정당과 군부 정권이 '안정'을 외친 것에 유권자들의 마음이 더 움직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쁘라윳 총리와 팔랑쁘라차랏당이 마하 와찌랄롱꼰 국왕에 대한 충성 및 헌신과 같은 전통적 가치를 강조한 것도 국왕을 신성시하는 태국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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