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재벌2세 갑질…드라마도 쾌속 현실 반영

입력 2019-03-26 08:00  

버닝썬·재벌2세 갑질…드라마도 쾌속 현실 반영
"현실서 권선징악 안될수록 드라마 속 해결에 대리만족"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어제 뉴스에 나온 일이 오늘 드라마에서 풍자된다.
최근 안방극장에서는 버닝썬 게이트부터 재벌2세들의 '갑질'까지 한참 뜨거운 이슈들을 버무리고 한껏 풍자한 에피소드들을 만난다.
가장 화제가 된 건 시청률이 20%에 근접하며 인기가 고공행진 중인 SBS TV 금토극 '열혈사제'다.
지난 23일 방송분에서는 검사 박경선(이하늬 분)이 경찰서장과 클럽 '라이징 문' 간 유착관계를 조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경선은 라이징 문 실소유주가 극 중 배경이 되는 지역인 구담구의 카르텔이라는 것과, 클럽 안에서 공공연하게 마약이 돌고 연예인, 재벌 2세들과 연루됐다는 것을 파악했다.
라이징 문이라는 이름부터 최근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 클럽 버닝썬을 떠올리게 하며, 마약 등 스캔들과 지배구조 등도 이번 사건과 똑 닮았다.
본의 아니게 '생방송(처럼 바쁘게 찍는) 드라마'라는 걸 입증한 꼴도 됐지만, 과감한 현실 풍자와 더욱 리얼한 에피소드에 목마른 시청자들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같은 방송사 수목극 '빅이슈' 역시 시작부터 연예계의 각종 어두운 면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극 중 선데이통신 편집장 지수현(한예슬)은 유명 아이돌 스타가 기차 VIP 객실에서 도박을 벌인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기사화하기 위해 기차에 오른다. 실제로 VIP룸에서는 거액의 판돈을 건 도박판이 한창이고, 사진이 찍혔다는 걸 안 스타는 반성은커녕 사진을 없애기 위해 난리를 친다.
'빅이슈'에서는 이밖에도 한 클리닉 원장이 여배우에게 프로포폴을 투여하고 성추행하는 모습, 특권층이 숨기고 싶어하는 환부를 기록한 태블릿의 존재, 대기업 회장과 신인 여배우의 스폰서 스캔들, 톱배우의 병역 비리 등 현실에서 본 이야기들을 엮어냈다.
제작진은 "시청자들도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가 뉴스나 기사로 접했던 사건들이 떠올랐을 것"이라며 "앞으로 더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연예계의 검은 뒷이야기가 담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KBS 2TV 수목극 '닥터 프리즈너'에서는 망나니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재벌2세가 등장한다. 태강그룹 이덕성 회장과 탤런트 출신 모이라의 아들 이재환(박은석)으로, 분노 조절 장애인 듯 보이는 모습이 한 재벌 일가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필로폰 소지 및 투약 혐의로 3년형을 받고서도 뉘우치기는커녕 어떻게든 법망을 뚫고 나가려 안간힘을 쓴다. 그의 오만방자함과 '무법정신'은 교도소 내에서는 물론 도로 위 무고한 시민, 병원 내 생사를 오가는 환자 앞에서도 멈출 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앞에 오랜만에 나타난 의사 나이제(남궁민)는 이번에는 과거처럼 당할 것 같지만 않은 기세다. 그의 목숨줄을 쥐고 흔드는 나이제가 어떤 통쾌한 복수를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방송가에서는 최근 드라마들이 이슈를 반영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데 주목한다.
한 관계자는 26일 "발 빠른 사회이슈 풍자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실'이라고 한탄하는 현대인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며 몰입감을 향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에서의 진실 규명이나 마땅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수록 '사이다'처럼 시원한 드라마 속 해결책이 시청자들에게 와닿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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