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문제, 역량 부족하지만 대국민 합의 위해 노력할 것"
(세종=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5일 자신의 정계복귀 가능성에 대해 "그럴 가능성은 요만큼도 갖고 있지 않다"며 "제 나이가 일흔다섯이고 구세대에 속하는데 우리나라는 더 젊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권익위원회 초청특강이 끝난 뒤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지난 21일 정계복귀 가능성에 대해 "연목구어(緣木求魚·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함)"라고 말한 데 이어 정계복귀 가능성에 재차 선을 그은 것이다.
그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 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에 대해서도 "비정치적인 기구여서 맡은 것이지 조금이라도 정치적인 직책이었다면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제가 반기문 재단을 만들 때 사람들이 '저 사람이 또 혹시 정치에 꿈을 둔 것 아니냐'는 생각이 있을 것 같아서 정관에 '일체의 정치활동은 안 한다'고 아주 명시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이날 특강에서 본인이 위원장직을 맡은 미세먼지 기구와 관련해 "오늘 실무기획단이 발족하고, 정식 발족하려면 한 달 정도 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소개했다.
그는 "사실 역량이 부족하다. (유엔 사무총장을 하며) 10년 이상 기후변화를 다루긴 했지만 미세먼지 자체를 다룬 적은 없다"며 "제가 앞으로 어떻게 잘할 수 있을지 두렵지만 공직자, 시민사회, 경제단체 등 여러 분야에서 대국민 합의를 이뤄내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공기의 부패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인류사회는 하나하나 모든 일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며, 같이 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며 국제사회 공동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으로 미세먼지 기구 위원장직을 수락한 것과 관련해 "외교사회에서 대통령의 초청은 초청이 아니고, 명령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그래서 제가 그것을 받아들였다"고 웃으며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날 특강은 권익위 초청으로 성사됐으며 반 전 총장은 '유엔과 반부패'를 주제로 강연했다. 반 전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이후 국내 공직자를 대상으로 강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 전 총장은 2007년 1월 유엔 사무총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이후 "깨끗한 유엔, 투명하고 책임 있는 유엔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차관보급 이상 유엔 직원의 재산공개 등을 추진한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부패는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을 초래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우리의 부패인식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올라가면 국내총생산(GDP)이 8%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관 후보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과 관련해 "그분들이 '관행이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 공직사회에 아직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수치스럽다"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또 국내에서 37년간 공직생활을 한 사람으로서 강연에 참석한 후배 공직자들에게 지도자의 덕목으로 "솔선수범하고 남에게 신뢰를 받아야 하며, 미래지향적·통합적인 사고를 하고, 열정과 온정을 갖고 일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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