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사법조처 예고…에르도안 "무거운 대가 치를 것"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예상치 못한 통화가치 급락에 터키 금융당국이 '터키리라 매도' 보고서를 낸 J.P. 모건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터키 은행규제감독청(BDDK)은 "일부 은행이 고객에게 외환 매수 의견을 내 시장을 교란하고 오도했다는 지적에 따라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것으로 터키 매체가 24일 일제히 보도했다.
BDDK은 조사에 이어 행정·사법 조처가 뒤따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BDDK와 자본시장위원회(SPK)는 별도로 성명을 내 22일 발생한 리라·달러환율 급등 사태와 관련, 투자은행 J.P. 모건을 조사한다고 발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리라 약세 투기를 일으키는 것은 '도발행위'라고 비난하면서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4일 밤 방송된 인터뷰에서 "선거를 앞두고 그러한 행위에 가담한 자들에게 말하는데, 우리는 당신의 정체와 그동안 저지른 모든 일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2일 터키리라화는 미(美)달러 대비 5.1% 급락했다.
이날 하루 낙폭은 작년 8월 리라 폭락사태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터키 당국은 갑작스러운 리라 하락을 초래한 주범으로 J.P. 모건을 지목했다.
J.P. 모건은 22일 낸 보고서에서 이달 들어 터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크게 낮아진 점을 근거로, 터키 당국이 외화 자산을 처분해 시장의 리라 가치를 떠받치고 있다고 추정하면서, 고객에게 리라 대신 달러와 유로를 보유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달 말 지방선거를 앞두고 터키 정부가 무리하게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심은 J.P. 모건 보고서뿐만 아니라 시장에 광범위하게 퍼졌다.
최근 부쩍 증가한 금융기관 외환계좌 잔고 증가도 시장의 이러한 불안을 드러내는 간접적 지표로 해석된다.
터키 중앙은행은 보유외환 감소가 외환시장 개입이 아닌 에너지 대금과 대외 채무 변제에 따른 변화라고 해명했다.
금융 규제당국은 22일 리라 급락을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J.P. 모건 등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서며 외환시장 불안 차단에 애쓰는 모습이다.
J.P. 모건은 터키 당국의 조사 발표에 관한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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