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6년 지나도 모습 그대로…주인 2번 바뀐 김학의 성접대 별장

입력 2019-03-25 18:00  

[르포] 6년 지나도 모습 그대로…주인 2번 바뀐 김학의 성접대 별장
수영장·연못·풍차 등 그대로 남아…주민 "왜 다시 마을 들쑤시나" 신경질도



(원주=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꼭 6년 만에 이곳을 다시 찾았다. 2013년 3월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이 터지자 전국이 떠들썩해졌다. 기자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성접대 별장은 강원 원주시 부론면의 야산 속에 숨어 있었다. 큰길을 향해 난 대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그 속내를 보기 위해서는 산자락을 타야 했다.
많은 기자가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쳐메고 산을 밟았다.
25일 오후, 그 산에 다시 한번 올랐다. 취재진이 수없이 밟아서 생겼던 길은 다시 산으로 변했다. 풀과 잡목이 앞을 막고 발목을 할퀴었다.
야산을 5분가량 오르다 보면 고풍스러운 정자가 하나 나온다. 그곳에 오르면 별장의 전체 모습을 가장 먼저 조망할 수 있다.
정자 근처에 다다르자 별장에서 큰 개가 우렁차게 짖었다.
'오랜만의 인기척에 흥분했나 보다'라고 짐작하다가 '개가 있다는 건 사람이 돌봐준다는 건데'에까지 생각이 닿았다.
그때 저 너머에서 한 남성이 "왜 그래, 조용히 해"라며 개를 진정시켰다. 별장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이다.
부리나케 산을 뛰어 내려가 남성에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어떤 호칭으로 그를 불러도, 어떤 질문을 해도 대답이 없었다. 대문도 여전히 굳게 닫혔다.
별장의 위세는 6년 전과 똑같았다. 이국적인 모습의 건물 6채와 연못, 수영장, 풍차, 잘 다듬어진 정원까지. 조경수가 깔끔하게 관리되고 수영장에 물까지 차 있는 모습으로 봤을 때 관리인이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별장에서 눈을 돌리면 남한강의 풍광이 한눈에 펼쳐진다. 인근 마을과 200m쯤 떨어져 있는 별장은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도로변 옆 계곡을 끼고 7천여㎡ 규모로 조성됐으며 입구 쪽에 조경수를 빼곡히 심어 내부를 보여주지 않았다.
6년이 지났어도 이웃 주민들은 여전히 취재 활동에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부론면 주민 박모(66)씨는 "우리 같은 농사꾼들이야 거기(별장) 대문 너머 구경이나 가볼 수 있겠냐"며 "뉴스를 보고서야 '다시 난리가 났구나' 생각하는 것이지 더는 물어보지 마시라"며 손사래를 쳤다.
옆에 있던 박씨의 부인은 "잠잠하던 마을을 왜 다시 들쑤시냐"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성접대가 이뤄졌던 이곳 별장은 사건 이후 2012년과 2016년 두 차례 경매를 통해 주인이 두 번 바뀌었다. 인생에 빗대자면 참으로 기구한 운명의 별장이다.
한편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이날 '별장 성폭력·성접대'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의 재수사를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김 전 차관 사건과 관련해 "김 전 차관의 뇌물(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와 곽 전 수석, 이 전 비서관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yangd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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