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손·발가락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추위의 북극. 불시착한 비행기 한 대와 살아남은 남성 한 명이 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아틱'은 북극에 조난된 한 남성의 생존기를 그린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북극에 홀로 남은 승무원 오버가드(매즈 미켈슨 분). 그는 언젠가는 구조되리라고 믿으며 버틴다. 식량이 없어 얼음에 구멍을 뚫어 송어를 잡는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조난 사실을 알리는 무전을 치고 북극 지형을 조사하며 죽은 동료의 무덤에 가서 인사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북극곰의 위협까지도 느낀다. 추위로 인해 이미 발가락은 떨어져 나갔다.
어느 날, 오버가드는 추락한 헬기 속에서 다친 생존자를 발견한다. 생존자에게서 온기를 느끼며 그에게 음식을 주고 치료하며 보살핀다. 그러나 생존자의 부상이 심각해 더는 구조를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오버가드는 지도 한장에 의지한 채 임시 기지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영화는 생존 본능, 홀로 살아남은 데서 느껴지는 한없는 외로움, 언제 구조될지 모르는 막막함과 두려움 등 생존 영화의 문법에 충실하다. 오버가드가 어떻게 북극에 불시착하게 됐는지, 그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생략됐다.
기존 생존 영화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부분도 있다. 바로 극한의 상황에서도 잃을 수 없는 인간성이다. 다른 인간을 버리거나 서로 물어뜯기보다는 끝까지 휴머니즘을 유지하며 존엄성을 지켜낸다. 오버가드는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환자와 음식을 나눠 먹고, 연료가 떨어져 불이 없는 상황에서 체온으로 눈을 녹여 환자에게 물을 공급한다. 한곳에 머무르며 구조를 기다릴 때보다 심해진 눈보라, 지도와 전혀 다른 길, 코앞까지 다가온 북극곰의 위협, 크레바스까지 상황이 극한으로 치달을수록 인간성은 더욱 빛난다. 어떤 위험이 닥쳐도 생존을 포기하지 않는 오버가드의 의지에도 감탄이 나온다.
흰 설원과도 같은 침묵이 영화를 지배한다. 대사는 몇 마디 없지만,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주는 긴장감은 대사로 표현하는 감정 그 이상이다. 매즈 미켈슨은 표정만으로 수만 가지 감정을 드러낸다. 그의 얼굴이 화면 가득 클로즈업될 때마다 생존에 대한 의지, 깊은 좌절, 후회, 분노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북극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모두 아이슬란드에서 촬영됐다. 화산 활동과 빙하 작용 등으로 생성된 아이슬란드의 웅장한 자연을 스크린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지난해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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