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통상무기화 재주목…이번엔 미중 무역전쟁 휘말린 캐나다

입력 2019-03-26 10:32   수정 2019-03-26 12:50

中 통상무기화 재주목…이번엔 미중 무역전쟁 휘말린 캐나다
일본·노르웨이·한국 등 피해전력…'보잉 때리기' 美도 표적
무역지배력 적극 활용…美정부 "산업·안보 중대 리스크" 결론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외교분쟁 때 국익을 관철하기 위해 중국이 전가보도로 꺼내는 통상보복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휘말린 캐나다가 통상 무기화의 표적으로 등장했다.
26일 AP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식용유, 공업유를 만드는 캐나다산 캐놀라 씨에 대한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중국은 작년에 캐나다가 생산한 캐놀라의 40%를 수입했고 그 규모는 21억 달러(약 2조3천800억원)에 달했다.
수입 중단의 사유는 '위험한 유기물 검출'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캐나다 안팎에서는 화웨이를 둘러싸고 중국이 캐나다에 품은 불만이 실제 원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캐나다는 미국의 수배령에 따라 대이란제재를 위반하고 글로벌 은행들을 속인 사기 혐의로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했다.
현재 캐나다 법원에서는 멍 부회장의 신병을 미국으로 인도하는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멍 부회장을 석방하지 않으면 대가가 뒤따를 것이라고 캐나다에 경고해왔다.
화웨이는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를 주도하는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다.
미국은 무역전쟁의 일환으로 화웨이 장비에 대해 불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멍 부회장의 체포 또한 중국의 기술 굴기에 대한 견제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이 외교적 분쟁을 해결하려고 징벌적인 통상조치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급격한 경제성장을 통해 지구촌의 공급자이자 수요자로서 위상이 높아지면서 중국이 무기로 삼는 통상압력의 위력도 커지고 있다.



통상무기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품목은 중국이 거의 독점적으로 생산·수출하는 첨단산업 소재 희토류다.
중국은 2010년 동중국해에서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를 두고 일본과 분쟁이 격화했을 때 일본에 희토류 수출 중단을 선언해 고통을 안겼다.
노르웨이는 2010년 노벨위원회가 중국의 반체제 지도자 류샤오보(劉曉波)를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한 것을 지지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중국은 노르웨이와 교류를 중단했고 주력 수출품인 연어는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잃었다.
노르웨이와 중국은 무려 6년 후인 2016년에야 관계 정상화에 합의해 교역 관계 복원에 들어갔다.
남중국해 여러 바위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은 주변국 저항을 잠재우려고 통상 실력을 행사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황옌다오<黃巖島>, 제임스 암초(쩡무(曾母)암사)를 둘러싸고 필리핀과 분쟁이 일자 바나나 수입을 줄였다. 공식 사유는 농약이나 해로운 유기물 검출 등이었다.
필리핀의 대중국 바나나 수출량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분 2 이상이 감소했다. 바나나는 이후로 중국과 필리핀의 관계를 상징하는 물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도 2017년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경북 성주에 배치되자 통상보복의 표적이 됐다.
롯데 같은 기업의 현지 영업이 방해를 받았고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이 억제됐으며 한류스타들의 콘서트가 취소되는 등의 사태가 빚어졌다.


슈퍼파워로 행세해온 미국마저도 중국의 통상 무기화에 강한 경계심을 노출하고 있다.
미국은 작년 10월 '미국 제조업, 방위산업기지, 미국 공급망 복원력에 대한 평가와 보강'이라는 범정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통상 무기화를 주요 산업·안보 리스크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무역지배력을 갖고 있으며 무역을 소프트파워 무기로 쓰려는 의도가 있다"며 "그 때문에 중대한 재화, 서비스, 상품을 전략적 경쟁국에 의존하는 리스크가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은 이른바 '기술 도둑질'을 비롯한 불공정한 산업·통상정책을 이유로 미국으로부터 고율 관세의 형식으로 징벌적 통상제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비공식적인 통상보복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중국은 최근 추락사고를 일으킨 미국 보잉사의 737 맥스의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에어버스 A320s 290대를 랑스로부터 사기로 했다.
맥스 시리즈가 에어버스 A320에 맞서기 위해 출시된 만큼 보잉에는 실질적, 상징적 타격이 예상된다.
버티컬리서치파트너스의 애널리스트 롭 스탤라드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만약 중국이 보잉에 고율관세를 부과한다면 그건 끝장을 보자는 얘기"라며 "에어버스 구입은 중국이 다른 방식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탤라드는 "중국으로서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미국인들에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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