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인터뷰…"기업들 은행 대출로 성장하는 시대 끝"
"부동자금 1천100조…5%인 50조만 자본시장 오면 혁신성장 촉발"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팀 윤선희 기자 = "세계 차량공유업체 우버가 다음 달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데, 몸값을 130조원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특정 사안이라고만 보기 어렵습니다."
권용원(59)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3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투자의 시대다. 우리 경제구조 자체가 그렇게 가고 있다"면서 "우리도 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자본시장에서 민간 투자를 통해 애플, 우버와 같은 글로벌 기업을 탄생시킬 시대가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나라는 산업과 기업이 성장 과정에서 은행 대출로 컸다. 기업이 공장 부지 등을 담보로 제공하면 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구조였다. 그러나 지금 우버와 같은 기업은 전적으로 사모펀드 등 자본시장에서 투자받아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기업에 국경 없이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것은 최근 전 세계 흐름이다.
아마존, 페이스북, 우버 등 미국 유수의 혁신기업들은 글로벌 투자은행(IB) 자금으로 성장했다.
골드만삭스는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벤처기업) 15개에 벤처캐피탈(VC)에 능가하는 자금을 투자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는 2017년부터 1천억 달러(113조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조성해 우버, 위워크 등에 수십억 달러씩 투자했다. 올해 1천억 달러 규모의 2차 펀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권 회장은 "우리 산업도 성장하려면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는 갈수록 자본시장이 커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지목했다.
자본시장이 작년에 투자(직접금융)의 형태로 중소·혁신기업(대기업 집단 제외)에 공급한 자금 규모는 21조4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상장과 유상증자가 4조2천억원, 회사채 등 9조9천억원, 자기자본 투자(PI) 5조7천억원, 펀드 1조6천억원 등이다.
권 회장은 "모험자본의 경우 작년에 실물경제로 흘러간 돈이 70조원 정도 된다. 건설이나 호텔 등으로 유입된 자금을 빼고 정보통신기술(ICT)이나 바이오, 화학 등으로 제한해보면 25조원 정도"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작년에 벤처캐피탈(VC)이 3조2천억원 정도 투자했는데 1천개가 넘는 기업에 투자하다 보니 기업당 투자액은 24억5천만원으로, 우버 27조원과 갭이 너무 크다. 우리 자본시장이 미국 자본시장 시가총액 기준 20분의 1임을 감안할 때 단순 계산해도 VC 투자 이후를 담당할 수백억 이상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가계자산의 70%가 부동산과 예·적금에 묶여 있고 단기 부동자금이 1천100조원으로 투자처를 못 찾고 있다. 이 중 5%만 해도 50조원이 넘는데 이런 자금이 혁신성장으로 온다고 하면 반드시 가야 한다. 50조원이 물꼬를 터주면 추가 투자가 시리즈로 일어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권 회장은 "정부가 혁신성장 촉진을 위해 작년 11월 자본시장 혁신과제에 이어 자산운용 규제개혁 50대 과제, 세제 개편 등 대전환을 이룰 만한 제도 개편을 발표했다. 여기에 업계의 강한 의지와 국가적인 생태계 조성 노력 등 삼각 축이 잘 돌아가면 유니콘 기업, 초혁신 기업들이 나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이미 자본시장은 움직이고 있다. 투자전문회사(BDC) 등 자본시장 혁신과제를 통해 새로운 제도가 안착하면 5년간 혁신기업에 약 120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회사들은 투자 의지를 갖고 있고,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이미 비상장사 투자에 나섰다.
권 회장은 "증권사 6곳이 관리하는 상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1천700개 정도다. 업계 전체에서 관리하는 중소·벤처기업은 2천개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VC도 이쪽(자본시장)으로 와야 한다. 대형 VC와 자본시장 플레이어가 협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특히 실물경제 부처들이 좀 더 자본시장 투자은행(IB)들과 대화를 나누면 협업 시너지가 대폭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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