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 검거 스모킹건은 표백제통…"강탈한 5억원도 혼자 꿀꺽"

입력 2019-03-26 15:00   수정 2019-03-26 15:04

김다운 검거 스모킹건은 표백제통…"강탈한 5억원도 혼자 꿀꺽"
현장서 피의자 구입한 '락스통' 발견…애초 '살인 은폐' 작정한 듯
"4억6천만원 본인이 사용"…공범들 빈털터리 상태로 중국으로 도주

(안양=연합뉴스) 최종호 강영훈 기자 = '이희진(33·수감 중) 씨 부모살해' 사건의 주범격 피의자 김다운(34) 씨가 26일 검찰에 송치됨에 따라 이 사건은 이씨 일가의 돈을 노린 강도살인 사건으로 일단락났다.


이날 송치된 김 씨는 검거된 이후 줄곧 달아난 공범들이 우발적으로 이 씨 부모를 살해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은 그가 처음부터 강도살인을 계획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경찰이 이 같은 판단을 한 결정적 근거는 범행현장인 이 씨 부모의 아파트에서 발견된 표백제(락스) 한 통이다.
경찰은 지난 16일 이 씨의 동생으로부터 "부모님들이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내용의 실종신고를 접수하고 이 씨 부모의 아파트로 출동했다.
이 씨 부모의 집은 굳게 잠겨있었고 초인종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었다. 경찰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도 집은 대체로 정돈된 상태여서 언뜻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안방 장롱 속에서 이 씨 어머니의 시신이 발견되면서부터 상황은 급반전했다.
실종사건은 곧바로 살인사건으로 전환됐고 단서를 찾기 위해 경찰 과학수사대가 즉각 투입돼 현장을 샅샅이 뒤졌다.
수색 결과 현관 쪽에서 표백제가 반쯤 담긴 문제의 락스통이 발견됐다.
'이희진 부모살해' 김다운 "내가 살해하지 않았다"…얼굴 공개 / 연합뉴스 (Yonhapnews)
과학수사대는 이어 락스로 혈흔을 닦아낸 듯한 흔적도 찾아냈다.
이튿날 이 사건 피의자로 경찰에 검거된 김 씨는 자신은 겁을 주려 했을 뿐인데 공범들이 갑자기 이 씨 아버지를 둔기로 내리치고 이 씨 어머니를 목 졸랐다며 강도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락스 얘기를 꺼냈다간 공범들이 일을 저질러서 수습하려고 샀다는 식으로 김 씨가 둘러댈 수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좀 더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표백제에 대해 함구했다.
며칠 뒤 이 씨 부모의 아파트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하던 과정에서 김 씨가 범행현장에 있던 락스통을 들고 이 씨 부모의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확인됐다.
이 씨 부모가 집에 도착하기 직전의 상황으로 범행에 앞서 락스통을 준비했다는 것은 김 씨가 애초부터 살인을 계획했거나 적어도 염두에 두고 범행에 착수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김 씨는 이 락스통을 범행 당일 낮 12시 40분께 자신의 집 근처 마트에서 산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락스통을 준비한 것에 대해 별다른 해명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에 더해 락스를 비롯한 범행에 사용된 도구 대부분을 김 씨가 구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김 씨에게 살인교사나 강도치사가 아닌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김 씨의 렉스턴 차량에서 발견된 흉기에서 피해자의 DNA가 검출된 점 또한 강도살인 혐의 적용의 근거가 됐다.
감식 결과 이 흉기는 살인에 직접 사용되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흉기를 현장에 가져갔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한편 김 씨 일당이 이 씨 부모를 살해하고 빼앗은 5억원 또한 김 씨가 대부분 챙긴 것으로 밝혀져 살인을 포함한 이번 범행 전반을 김 씨가 계획하고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범행 이후 어머니에게 3억4천만원을 주고 추가범행 모의 및 밀항을 위해 흥신소에 8천만원을 줬으며 검거 당시 1천500만원을 소지하는 등 모두 4억6천만원가량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공범 중 한명이 범행 당일 중국 칭다오로 달아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20만원만 빌려달라"고 한 사실 등을 토대로 아직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4천만원도 김 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는 여전히 살인은 계획에 없었고 공범들이 우발적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러 증거를 바탕으로 볼 때 이 사건 모든 범행을 김 씨가 계획하고 주도한 것으로 판단돼 김 씨에게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zorba@yna.co.kr
ky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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