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보훈처 '손혜원 부친 독립유공자 선정' 특혜 공방(종합)

입력 2019-03-26 18:04  

여야, 보훈처 '손혜원 부친 독립유공자 선정' 특혜 공방(종합)
與 "MB정권, 김일성 삼촌에 건국훈장…과거에도 같은 기준으로 서훈"
野 "간첩 혐의자가 독립유공자로 둔갑…보훈처장 물러나야"
피우진, '김원봉 서훈' 가능성 언급…보훈처 "의견수렴 필요하다는 취지" 해명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국회 정무위원회의 26일 전체회의에서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부친 고(故) 손용우 선생의 독립유공자 선정 문제를 놓고 여야 간 거센 공방이 펼쳐졌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업무보고차 전체회의에 출석한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을 대상으로 '잘못된 독립유공자 지정'이라며 청문회 개최와 피 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정한 절차에 따른 결정이었다며 보훈처를 적극적으로 엄호했다. 피 처장도 '변경된 심사기준에 따른 지정'임을 거듭 강조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예전 경찰 자료를 보면 손 의원의 부친은 1947년 입북했고, 1948년 남파돼 지하공작을 한 데 이어 6·25 전쟁 때는 북한과 접선해서 활동했다고 나와 있다"며 "대한민국을 파괴하러 온 간첩 혐의자를 독립유공자로 선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피 처장은 보훈처장 자격이 없다. 책임지고 당장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데 이어 피우진 처장에 대한 정무위 차원의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다.
같은 당 정태옥 의원도 "이는 곧 여당 의원인 '손혜원 봐주기'라는 의심이 든다"고 가세했다.

이에 피 처장은 "김 의원이 말한 경찰 자료는 신빙성을 담보할 수 없어서 인정하지 않았다"며 "입북, 남파 등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해 (독립유공자로) 지정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피 처장은 "선정 기준이 완화돼 예전과는 달리 북한의 정권수립에 기여하지 않으면 사회주의 활동 경력자도 독립유공자 인정이 된다"며 "(손 의원 부친도) 새로운 기준에 따라 지정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손 선생은 광복 후 조선공산당에서 활동한 이력 때문에 보훈심사에서 6차례 탈락했으나, 7번째 신청 만에 독립유공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7번째 신청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손 의원이 당시 피 처장을 의원실에서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은 "주무장관인 보훈처장이 직접 이해당사자 (손 의원)를 만나 독립유공자 지정 선점 기회를 줬다"며 "이는 전형적인 불공정한 행정이자 특혜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손 선생의 독립유공자 지정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문제는 피 처장의 처신에 있다. 선정에 앞선 손 의원과의 면담에 대한 지적에 당장 사과를 했으면 이렇게 정쟁 사안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피 처장은 "문의가 오면 (보훈처 관계자들이) 직접 가서 설명도 드리고 한다"며 "당시 면담은 (손 의원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으며 당시 심사 진행 상황을 '보고'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면담에서 (손 의원이) 그런(독립유공자 신청) 이야기를 하기에 지금 심사기준을 완화하고 있다. 신청을 해보시라는 이야기를 드렸다"고 설명했다.

피 처장이 야당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맞자 민주당 의원들은 방어막을 쳤다.
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이명박 정부 때 보훈처는 김일성 북한 주석의 삼촌 김형권에 건국훈장을, 외삼촌인 강진석에게는 애국장을 추서했다"며 "과거에도 이런 서훈이 있었다. 특정인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유동수 의원은 "손 선생이 좌익분자가 아니라 오히려 경찰의 사찰계 정보원으로 활동하며 부역자를 색출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인우보증인(隣友保證人)의 증언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피 처장은 해방 후 월북해 북한에서 최고위직을 지낸 의열단장 김원봉 선생의 독립유공자 서훈 여부에 대해 "의견을 수렴 중이고 (서훈 수여) 가능성은 있다"고 발언해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북한 정권수립에 직접 기여한 사람도 보훈 대상자가 되면 김일성도 독립운동 때 큰 역할을 했으니 훈장을 줘야 하고, 그 손자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한테는 보훈연금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보훈처는 공식 입장을 내고 "김원봉 선생은 1948년 월북 후 북한 정권수립에 참여했기 때문에 현행 심사기준으로는 포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훈처장의 답변은 각계의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한편, 보훈처가 손 선생의 과거 행적과 관련한 원본자료 제출을 하지 않은 데 대한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정무위는 오후 한 차례 정회에 이어 곧바로 산회했다. 이에 따라 정무위는 내달 4일 보훈처에 대한 현안 질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goriou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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