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주한미군 주피터 프로그램, 여전히 진행형' 의구심
최근 미 국방성 예산 평가서에 '살아 있는 매개체 실험' 문구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주한미군이 부산항 8부두에서 진행하는 '주피터 프로그램'에서 '생화학 실험'을 하고 있다는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첫 논란은 4년 전인 2015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군이 국내에서 '생화학전 대비 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드러난 시기다.
미국 국방연구소가 현지 연구기관과 주한미군이 있는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 등지에 탄저병 사멸균이 아닌 살아 있는 탄저균을 실수로 배달한 사고가 미국 언론에 의해 밝혀지며 논란이 일었다.
탄저균은 미국 9·11테러 이후 우편 테러에 이용되는 대표적인 생물학 무기로 꼽힌다.
100㎏의 양을 비행기로 대도시 상공에 살포하면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는 살상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미군이 국내에서 생화학전 대비 실험을 해왔다는 소식에 한국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주한 미군 사령관이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하는 일도 빚어졌다.
미군의 생화학 실험 논란이 부산항 8부두로 불똥이 튄 것도 이때다.
탄저균 배달 사고를 추적하던 중 미군이 2016년 부산항 8부두에서 화학전 대비 프로그램인 '주피터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는 사실이 공개됐다.
당시 지역 사회는 들끓었고 미군 부대가 있는 8부두 앞에서는 연일 집회가 잇따랐다.
논란은 국방부와 미군이 "어떠한 검사용 샘플(시료)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생화학 실험이 없다고 단언하며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올해 들어 이 논란이 다시 재현된 건 미 국방성 '2019 회계연도 생화학방어프로그램 예산 평가서' 내용이 확인되면서다.
예산 평가서에는 주한미군이 부산항에서 350만달러(40억원)를 들여 '주피터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이 프로그램에는 '살아 있는 매개체 실험'(Live Agent Test)이 포함된 사실이 명시된 것이 드러났다.
시민사회 단체와 남구 주민들로 구성된 '미군 세균 무기 실험실 철거 남구 주민대책위' 8부두 앞에서 이달 중순부터 연일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주민대책위는 "이름만 들어도 끔찍한 탄저균, 페스트균과 같은 세균이 부산에 들어올 수 있다"면서 "340만 부산시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민대책위는 또 "세균 반입이 없다던 주한미군의 변명은 뻔뻔한 거짓말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면서 "세균 무기 실험실을 당장 철거하고 주피터 프로그램을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5일 오전 미군 부대 앞에서 주한미군 차를 둘러싸고 출근을 막아서며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부산시와 남구청, 지역 정치권도 미군과 국방부에 '주피터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정보공개와 프로그램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남구는 "생화학 실험이 없다는 국방부와 미군의 설명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면서 8부두 시설을 모두 공개하고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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