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세터로 질책한 순간 떠올리며 울컥…"이승원 질문은 그만"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최태웅(43) 감독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확정한 뒤 가장 고마운 선수로 주전 세터 이승원(25)을 꼽았다.
최태웅 감독은 2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3-1 승리를 지휘해 우승을 확정한 뒤 감격의 눈물을 글썽이며 방송 인터뷰에 나섰다.
최 감독은 우승에 기여한 주장 문성민, 전광인 등을 언급하면서도 "가장 고마운 선수는 이승원"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레프트 전광인을 영입하면서 보상 선수로 세터 노재욱을 한국전력으로 내준 이후 주전 세터를 맡아왔던 이승원의 마음고생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최태웅 감독은 올 시즌 초반인 지난해 10월 말 이승원이 손가락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자 신인 세터 이원중(23)을 기용하는 등 '더블 세터'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승원이 복귀한 후에도 두 명의 세터를 번갈아 기용했고, 6라운드 초반이 돼서야 이승원을 주전으로 낙점했다.
현대캐피탈은 '컴퓨터 세터' 출신의 최태웅 감독이 사령탑임에도 '세터 불안'이라는 말이 항상 따라다녔고, 이 때문에 주전 세터인 이승원의 스트레스는 클 수밖에 없었다.
경기 중에 이승원이 최태웅 감독의 질책을 받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이승원은 "방송에서 질책받는 장면 때문에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며 마음고생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다.
이승원을 챔프전 우승 세터로 키워내기 위해 채찍과 당근을 함께 사용했던 최태웅 감독으로선 이승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최 감독은 "승원이가 너무 힘들어하는 데도 도와줄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고 털어놓으며 굵은 눈물을 흘렸다.
이날 챔프전 3차전 2세트 경기 중 공을 받으려고 충돌 방지판 위로 넘어가다 쓰러진 이승원이 부상을 당할까 봐 마음을 졸였다고 털어놨다.
최 감독은 이어 이승원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는 방송 리포터에게는 "승원이 관련 질문은 더는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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