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호주 검찰이 법원의 보도금지 명령을 위반한 언론사들에 대한 사법처리에 나서면서 언론자유 탄압 논란이 일고 있다.
호주 검찰은 지난해 자국 출신 조지 펠 추기경이 아동 성추행 죄로 유죄평결을 받은 것과 관련, 법원의 보도금지 명령을 무시하고 이를 보도한 국내 주요 언론사들을 상대로 법정 모독혐의로 소환장을 발부한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검찰이 오는 4월 15일 법정 출두를 명령한 언론사들은 호주 최대 신문과 방송사 등 주요 보도기관들이 대거 포함돼 있으며 유죄평결을 받을 경우 5년의 징역형이나 수만 달러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펠 추기경의 재판이 벌어졌던 빅토리아주 대법원에 제기된 언론사에 대한 소환장 발부는 디지털 시대 법원의 보도 금지령의 적용과 언론자유에 대한 논란을 촉발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멜버른에서 펠 추기경에 대한 아동 성추행 재판이 시작되면서 법원은 펠 추기경에 대한 또 다른 재판을 앞두고 재판에 대한 전면적인 보도 금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이 지난 2월 펠 추기경에 대한 두 번째 기소를 포기하면서 보도 금지령이 해제됐고 펠 추기경은 결국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보도 금지령이 해제되기 전 상당수 호주 언론들이 사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반영해 지난해 12월 펠 추기경에 대한 유죄평결 사실을 '간접' 보도했다.
언론들은 당시 펠 추기경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으나 '성명 미상의 유명 호주인에 유죄평결이 내려졌다'는 보도를 내보내 사실상 펠 추기경이 유죄평결을 받았음을 전했다.
언론의 이러한 보도는 당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해당 인사에 대한 광범위한 추측을 불러일으켰으며 일부 외국 매체들은 펠 추기경 이름을 직접 거명하기도 했다.
또 당시 멜버른의 지역 신문인 헤럴드 선은 법원의 보도 금지령에 항의해 전면을 검은색으로 처리하고 '검열'이라는 흰 글자를 게재하기도 했다.
검찰로부터 소환장을 받은 언론(인)은 헤럴드 선의 편집인 데이먼 존스턴과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편집 벤 잉글리시가 포함돼 있으며 이들은 모두 WSJ과 같은 뉴스코프 미디어 소속이다.
반면 (보도금지령을 위반한) 외국 언론사나 언론인은 검찰의 소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캔버라 호주국립대의 마크 놀런 법학교수는 "법원은 법정에서 공개되지 않은 사실에 의존하는 것을 불법화함으로써 배심원단의 무결성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면서 "그러나 재판 내용이 다른 나라로 유출되고 그것이 SNS나 국제적 언론 등을 통해 다시 호주로 되돌아오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법원 명령의 효율성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법률협회(LCA)는 지난달 호주 법무장관에게 법원의 보도 금지령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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