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한 달이 됐다. 양측이 하노이회담 내용을 분석하고 필요한 입장 정리를 한 뒤 새로운 협상의 모색을 시도할 때가 됐지만 현 국면의 전환을 예고하는 구체적 신호는 잡히지 않고 있다. 대화 중단이 오래간다면 협상 동력 상실을 넘어 자칫 대결 국면으로의 회귀까지 부를 수 있다. '포스트 하노이'의 새판짜기가 시급히 모색되어야 한다.
하노이 정상회담은 구체적 합의를 내지 못했지만 성과가 없진 않다. 양측은 비핵화 실현 문제를 포함한 현안에 대한 서로의 의중을 완전히 탐색했다. 회담 결과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바탕으로, 공통의 인식은 넓히고 이견은 최대한 좁힐 수 있는 서로의 안을 새롭게 마련해 조속히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 지난 한 달의 기간이 새 협상안을 마련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시간일 수 있겠지만 양측이 신경전만 펼치며 시간을 보낼 여유는 없다.
다행히 북미 양측 모두 서로 판을 깰 생각은 없어 보인다. 하노이 회담 이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투표장을 찾은 것 외에 별다른 공식 행보가 없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개활동이 재개됐다고 한다. 포스트 하노이 전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나 4월 11일로 예정된 제14기 최고인민회의 첫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모종의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작지 않다. 완전한 비핵화 이행과 관련된 더 과감하고 분명한 신호가 나오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상황을 악화할 메시지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북한의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인 방안도 좀 더 고민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회담에서 '스냅백'을 전제로 한 제재완화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주장했다. 제재를 해제하되 위반행위가 있으면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 방안은 제재완화를 둘러싼 교착을 풀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북미가 다시 만나서 구체적 논의를 이어갈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는 원론적 차원의 비핵화 약속만으로 대화가 진전되어 올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럴 수 없다는 점을 하노이회담은 여실히 보여줬다. 북한의 과감하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만이 앞으로의 진전을 가속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고, 김 위원장의 의향을 확인한 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향후 대처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오는 29일 워싱턴에서 만날 한미 양국 외교장관이 이 모든 것을 논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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